벚꽃 추억
홍은동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노란 가로등 아래
터져 나온 꽃들이
꽃비의 상큼한 향기로 남아
주린 내 영혼의 감성을
흔들던 봄날
그리움도 서러움도
사랑도 미움도
그저 펄펄 떨어져 내리는
저 봄날의 황혼 무렵
가끔 까닭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휘날리는 꽃잎 잡으려고
가로등 아래 서성이면
벚꽃은
여린 꽃망울 어쩌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벚꽃 잎 질 때마다 너는
흔들리는 몸짓으로
나직이 속삭인다.
다시 올 때까지
내 향기 가슴에 담아두라고
내 젊은 날을 가슴 뛰게 했던
벚꽃이 쏟아져 내리는
노란 가로등을 바라본다.
내 생에 봄은
어느 나무로
피었다 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