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눈물이 나오고 소리를 지르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그녀가 떠오른다.
그때 울컥한 사람은 우리 둘 다였다. 나는 조용한 울컥이었고 그녀는 미친 듯한 광기의 울컥함이었다.
나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내 몸을 할퀴기도 했다. 제발 가지 말라고 소리도 질렀다.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한 걸음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고 울컥하며 밖으로 나갔다.
최대한 그 장소에서 멀어졌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상하게 눈물이 더 나왔다.
아무 술집이나 들어가 혼자 들이켰다. 두 병 정도를 먹었을 때 후회의 감정인지 술기운에 휩쓸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다시 불렀고 숙소에 가기 전에 술을 사서 먼저 들어갔다.
곧이어 그녀가 들어왔고 조용히 내 앞에 앉았다. 말없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부둥켜안으며 울었다. 아주 잠깐의 헤어짐이었지만 그 이후로 단단하게 굳어질 줄 알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차갑게 등을 돌린 사람만 보였다.
이제는 한 사람만이 울컥하게 되었다. 바로 나였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한참 있었다. 벗어나면 무언가 불안해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울컥함은 한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울컥함은 사그라들었다. 대신 다른 좋지 않은 감정들이 몰려왔다.
근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울컥한 순간이었다. 나는 행복보다 불행을 더 기억하는 편이기에 그런 것 같다.
그 순간이 제일 불행했으니까. 행복과 반대에 있었던 순간이니까.
평소에 우울한 늪에 빠져가는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심해에 있다가 한순간에 올라와 압력에 의해 폐가 터지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는 몸의 반응이었다. 그 반응은 절규와 울음과 손 떨림이었다.
사랑을 잊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다. 어떻게 이 사람과 이런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이었다.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꼬리를 잘라야 했다. 문제는 스스로 잘라야 했다.
칼을 들고 꼬리를 향해 내려쳐야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생각이라는 꼬리를 잘랐다.
내 몸에서 제일 작은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균형을 잡지 못했고 너무 아팠다.
계속해서 그 부분이 아려왔다. 아려오는 부분은 쉽게 덧나기 시작하고 아물어지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이제는 당연하게도 추잡하게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생각은 SNS의 독에 빠지게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연락했다. 전처럼, 그때처럼 다시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은 더 불안하게 했고 타자를 치면서 손이 떨렸다. 꾸역꾸역 삭제와 생성을 반복했다.
그녀의 대답은 불안한 예상 중 하나였다. 물론 어떤 대답해도 불안했지만, 차선책이 아니었다.
“난 사실 할 얘기 없어.”
그때는 울컥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차갑게 나를 맞이해주는 게 내 인생에서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정했고 삼켰다. 전에는 삼키면 목에 걸려 다시 뱉었다면 이제는 걸리지도, 막히지도 않았다.
물 마시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이겨낸다는 표현을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당연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된 게. 오래가지 못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희미해졌다.
그러나 얼룩이 남듯 희미해지기만 할 뿐 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얼룩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스트레스를 받기에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담배를 보면 그녀가 싫어했던 향기라는 게 떠오르는 그런 향수가 느껴졌다.
육 년의 시간 함께했던 오랜 기간 그만큼 벌여놓은 짓들이 많았다. 하지 않은 것을 얘기하는 게 더 많았다.
가끔 올라온다.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울컥함이. 물론 두 달 동안 그것을 경험한 횟수는 한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그것 때문에 내가 불행한 이유는 제일 기억이 남기 때문이고. 울컥했기 때문이다.
그녀도 나 때문에 이럴까. 울컥함의 여운이 뒤에 씁쓸하게 계속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