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사랑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애초에 갈라진 마음을 이어 붙이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헤어짐은 이어 붙인 사랑의 줄기를 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애초에 갈라진 것이다. 갈라놓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 줄기가 단단하게 묶여 있느냐 아니면 느슨해져 있냐 이다.
우리 사랑의 줄기는 느슨했다. 언제 풀릴지 모르는 위태함이 있었고 그 위태함을 겪을 때마다 줄기가 하나씩 끊어졌다.
끊어진 줄기는 짧아지기만 했다. 그렇기에 다시 묶어도 더 느슨해졌으면 느슨해졌지 단단해지지 않았다.
갈라진 마음은 그렇게 틈이 생기고 점점 더 벌어진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그 거슬림은 식어가는 사랑의 과정이다.
마음은 이미 줄기가 끊어지고 갈라질 대로 갈라졌지만, 우리는 헤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죄책감과 오랜 정 때문이었다. 큰 일이 일어나길 바랐다. 그래야 헤어질 수 있으니까. 아니, 이유가 있길 바랐다.
그 이유는 내 쪽이 아닌, 그녀에게 일어났다. 갈라진 마음은 마주 보던 상태에서 등을 돌렸다.
두 개의 조각은 이제 같은 공간에도 있지 않았다. 각자의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게 됐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 할지도 몰랐다.
진정으로 갈라졌다. 마음도 몸도 정신도 육체도 모든 것이 말이다.
한순간에 볼 일이 없어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런 대인관계는 처음이었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시간이 약이야.”
주변에서 모두가 입을 모으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연락처를 지우고 SNS를 차단했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서 파편을 떨어뜨리고 갔다. 기억이라는 파편이었다.
그 파편은 추억이 되었고 내 마음이 그것을 흡수한 상태였다. 사소한 것 하나에 그녀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녀도 내가 떨어뜨린 파편을 흡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다른 사랑의 조각을 찾았기에 그 파편이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다.
우리의 파편들은 마음속에서 언제 소멸하는 것일까. 영원히 잊히지 않으면 안 될 텐데.
지금까지는 갈라진 마음의 파편이 깊숙이 박혀 있다. 스스로 제거하긴 힘들 것 같다.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말은 아니다. 파편들을 꺼내줄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기에 찾아가는 단계이다.
갈라진다는 게 처음부터 알았으면 이런 부담감은 없었겠다. 왜 그 감정에 목메어 줄기를 잡고 있었을까.
역설적으로 헤어지고 싶었지만 헤어지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저 편한 관계 그러니까, 느슨한 줄기만을 유지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사랑이 식고 감정이 식었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랜 정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 정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여태까지는 없었다.
가족도 반려견도 친구도 그런 사랑과는 결이 달랐다. 그들은 내게 조언하고 떨어진 파편을 수거해가려고 노력도 했다.
파편들은 갈라진 마음을 공전했다. 마치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다가 내 마음의 중력이 사그라질 때 하나씩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내 마음을 돌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갈라져 있는 내 마음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작게 만들어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작아졌다.
작아진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부피가 작아진 만큼 강도가 올라갔다.
단단해진 만큼 주위의 충격에도 쉽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나만의 생각, 마음을 구축했다.
일찍 갈라진 마음을 떠나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떠나보내는 게 한 번쯤은 겪어야 할 고초를 넘긴 거로 생각한다.
언제나 경험이나 사건이 있어야 성장하듯이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갈라진 마음. 내게 무슨 의미였을까. 내 삶에 있어서 어떤 장치였을까. 어떤 역할이었을까.
언제쯤 다시 줄기를 엮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미숙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그 줄기를 엮게 될 내 마음도 성숙해진 상태일 것이다. 그렇게 갈라진 마음끼리 맞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마음의 조각이 맞게 되면 갈라지지도 않으려나. 잘 모르겠다. 아직 새로운 조각이 없으니 말이다.
기다려야지. 갈라진 땅이 다시 붙는 것처럼. 갈라진 마음도 언젠가는 원상태로 복귀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