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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ug 30. 2023

수호천사가 점지해 준 자리

이럴 땐, 운명적 만남을 믿게 되지요

함께 근무하던 런던 초등학교 행정 직원 체시가 오페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오페어(au pair)란, 프랑스어로 '동등하게'의 뜻을 담은 일종의 문화교류프로그램이다. 만 열여덟에서 스물여섯 사이 젊은이들이 어학 공부를 하면서 오페어 소개 기관을 통해 연결된 가정의 아이들을 일정시간 돌봐주고 적절한 보수를 받는다. 체시는 당장, 둘째 아들 등원 시켜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 나 역시, 여러 가지로 조금 지친 상태에서 일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사정을 들은 그녀는, 블랙베리 과실수가 있는 뒷마당을 자랑하며, 근사한 부엌과 세월의 나뭇결이 느껴지는 분위기 있는 집으로 초대했다. 


이전 오페어가 머물던 방도 예다. 옥탑방이었지만 리를 펼 수 는 은 천정의 방이 아니었다. 제대로 개해서 만, 지붕에 문도 려 대에 누우면 하이 보이는 찍한 방이었다. 면의 이 찍한 창이라 에 상을 놓으면 쓰기에도 안성맞인 구조였다. 창 으로, 네 가구의 이 나히 보이는 빛의 화로도 았다. 


아이들은 이리아인 와 유태인 아의 DNA를 아, 잘 긴 10살 13살의 소년들이었다. 런던에서 숙식이 일단 해결되니 뒷 일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사직서를 낸 뒤 바로 이사를 다. 


오페어 기을 통해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나이가 이미 스물을 어 학생 오페어도 아니었다. 하지만 친이 있을 때 했던 구두 약은, 째 아이의 등원과 방과 후 아들 의 녁 챙주기, 간단한 가사 기 정도로 딱 오페어 개의 직장이었다. 


학교에서 체시는, 한 미소로 학부들과 상을 다. 감정 표현이 부해서일까 그는 상대의 에 공감하는 정도가 더 하게 느껴곤 했다. 그는 학부들과 기 나는 것을 아하는 듯 보다. 그나 집으로 면 그는 생기 치던 정을 곤 했다. 그의 내면이 에서 볼 는 리 마치 요동치는 바다 같았다. 불해 보다. 옥탑방에서 지내게 된 내 장에서, 그는 현재 상태보다 조금 더 행복해도, 아니 조금 덜 해도 을 것 같았다. 


겐 런던에 안정된 집과 직장이 있다. 가끔 은 태지만 사러운 두 아들도 잘 자라고 있다. 록 다른 여자를 만나 사에 진 편과 이은 지만 격주로 아이들과 자신이 채워주지 하는 격한 츠나 야외 활동 등 교류가 원만하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아 주에 면 화이 았다. 내를 다 알 순 없지만, 새엄마와도 잘 지내는 편이고, 체시 또한 남자 친구가 있어 내 에서 운 네 구의 정다운 모습을 종종 주었다. 


우울감은 인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인 한편 지극히 주관적이기도 해서 남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체시는 점점 선을 넘었다. 자신의 가장 편한 공간, 집에서 마주하는 나를 '막' 대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 행동, 표정은 밖에서 만나는 직장동료가 아니라 주종관계에서나 볼 듯한 것이었다. 이 말은, 오페어의 원뜻, '동등하게'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 일의 도가 점점 졌다. 인의 울감으로 어지는 이 아지면서, 요구하는 영의 가사도이 어졌고, 때, 내가 쉬는 일요일 밤 자신들이 하고 난 리를 그대로 두어, 월요일 내가 해야 할 일로 기기도 다. 내가 해주는 생선요리가 있다고, 어들의 까지 은근히 기는가 하면, 내가 해 놓은 일들이 만지 않다며 불도 다. 어느 은 난데없이 자신의 대정리를 부해서 보니 동전을 려 놓고 나의 정직을 테스하기도 다. 한 지붕 아에서의 삶이 으로 보이는 마당처럼 내내 아름고 화로울 라 기대한 것은 다. 


그리고. 기야, 내게 "너 행복하지 않지?"라고 의 일 기 시작다. 일도 일이지만 정신적으로 더 지다. 심신의 로를 줄여보고자 학교 일을 그만두고 가정집으로 들어온 것인, 이런 이 등장할 은 다.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일 나의 불을 인하고 은 신의 목소리 때문니다.라고 하고 었다. 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아무것도 가진 것 는 나를 생각하며 안이라도 으라고 직접적으로 여러 례 말했다. 그도, 그는 다시 물었다. 


"너 행복하지 않지?


'아, 나고 다. 이 옥탑방.


느 날 , 체시의 열 살의 리를 등교시켜 주고 집으로 와 쉬고 있다가, 금없이 치아 교정치를 고 있는 치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기방문일이 아직 아있는 상에서 무슨 의도는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전화는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다. 


평소 같으면, 안내데스크 직원이 응대하는데, 그날따라 담당 간호사가 받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방글라데시 억양이 귀엽게 들어있는 낭랑한 목소리로 잘 지내느냐 나의 안부를 물었다. 친한 사이가 아닌 관계에서 How are you? 물어보면, 설령 팔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어도, 잘 지낸다고 괜찮다고 물어줘서 고맙다고 너는 잘 지내냐고 답을 한다. 그런데 나는 굳이 나의 상태를 그녀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OH, I AM NOT FINE." 


란 는 무슨 일이고, 진심으로 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상을 아주 간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분 에 교장 선생이 데 내일이 마지막 교정 치료 이라며 지금 당장 이력서를 보내보라고 다. 


난데없이 치과에 전화를 걸어, 치과는 전혀 관련 는 기만 하다가 들은 정보에 빛의 도로 그에게 이력서를 보다. 며칠 면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터다. 게다가 치과에서 건네받은 이력서를 겨볼 이가 가 있을까. 그나 의심 한 방울 더할 도 이, 간절한 마음으로 보다. 할 수만 있다면 온 주에, 내가 여길 떠나고 싶음을 려주고 었다. 


일주일이 지나갈 음까지 그에게선 락이 었다. 해서 다시 전화해 보았을 때, 일단 이력서는 잘 되었다는 정도다. 때가 때인 만, 학교 관련 구인엔 내 자격으로 할 수 있는 마땅한 일이 지 않았다. 하가 일 년처럼 긴 긴 그때, 나를 이 옥탑방에서 구원해 주시라고 기도다. 


시 나는,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을 다. 그은, 중국인 친구 리에게 전화해서 을 하니, 자기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을 같이 자고 다. 친구의 조용한 차에 자 아 있으니, 하고 예던 옥탑방보다 마음이 편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을 로 혀 을 감자마자 전화이 울다. 


"Hello?"
 "Oh Hello..." 


마치, 이렇게 전화를 거는 것이 낯선 듯.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수화기 건너편 남자가 먼저 웃었다. 순간. 옥탑방을 탈출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왔다. 


"Well, I am Max, the Deputy Teacher at 000 Primary School.
 I received your CV from the headteacher yesterday. Are you still looking for a job?" 

(000 초등학교 교감인데, 어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당신의 이력서를 건네받았어요. 아직 구직 중인가요?)


"Yeahhhhhhh." (그런데요오오느낌)


나는 들뜬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Max 교감 선생님은, 여름방학 직전이라 개학 후 필요한 인원들을 이미 다 충원했는데, 그중 한 명이 어제 갑자기, 개학 후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내일이 방학식이라, 급하게 연락해서 미안하지만, 학교에 와서 아이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간단히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했다. 


'미안하다는 게 웬 니까. 장이라도 갈 수 있는요.' 


Of Course!!! I am coming!!! 


겐 너무도 감사하게, 가 방학 하루 직전에 다고 통보한 '그 일은, 이유를 알 수 는 으로 발달를 고 있는 다섯 살 아이의 일대일 서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고, 장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관 사들과 여 운동을 고 학습을 도주는 일이었다. 


아이는 여웠다. 나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스며들었고 교감 선생도 편안한 마음으로 름휴가를 날 수 있게 되었다. 런던의 인 Zone 4에서 시작해 Zone 2를 쳐 Zone 1로 . 런던의 심부로 직장을 기며 한국으로 하기 전까지 사 공부를 할 수 있었던 학교이고, 힘든 절 내게 기를 준 고마운 학교다.  


학교에서 일하는 체시는 누구보다도 그 시기에 학교에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상을 얻은 듯 즐거운 표정으로 이별을 통보하자, 이런 일이 어떻게 저 불행해야 할 옥탑방 오페어에게 일어났는지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축하해 주었다. 사실, 나의 교정치료 치과를 추천해 준 사람은 체시였다. 큰 아들의 교정치료도 그곳에서 받고 있기에 믿고 시작했다. 그래서, 다 체시 덕분이라고 그녀가 다 이해하지 못할 감사를 전했다. 


나의 또 하나 수호천사, 치과 간호사님 덕에 런던 한 복판에서 일주일 만에 일을 구다. 한 일은 아니었다. 기힌 에, 친구들은 인복 대단한 사람이라며 하해 주었다. 인이라. 체시의 인연을 어떤 으로 설명해야 할는지 시 망설였다. 그나, 그의 옥탑방과 이 아니었다면, 나의 수호천사 간호사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인연의 타이을 해, 체시와 동고(同苦)하며 딘 시간이 었다면, Zone 1로 는 징검다리도 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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