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이세라 Mar 23. 2024

시, 음악, 사랑, 싫어한다, 좋아한다

시, 음악, 사랑, 싫어한다, 좋아한다


시를 싫어한다.

얄팍한 감상주의 같은 시를 더 싫어한다

미적 나열일 뿐이라며

알아듣지 못하겠는 말을 하는 시를 더 싫어한다.

상투적이고 식상한 감정을 요구하는 시를 싫어한다.


시를 좋아한다

내가 볼 수 있는 시선의 한계 너머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시를 좋아한다

더 깊은 차원으로 의식을 확장시켜 주는 시를 좋아한다

세계를 예리하게 더 잘 볼 수 있게 해 주는 시를 더 좋아한다

물질의 세계 속에 휩쓸린 영혼을

영적 세계로 안내하는 시


음악을 싫어한다

감정을 휩쓸리게 하고 선동하려고 하는 음악을 더 싫어한다

달콤하기만 한 음악을 싫어한다

이데올로기나 광고 등에

이용되고 

도구로 사용되는 음악을 싫어한다

공연장에서

전체주의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음악을 싫어한다.

마약 같은 음악, 도취하게 만드는 음악

파멸에 이르게 작용하는 음악


음악을 좋아한다

정신의 깊은 차원으로 안내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음악을 더 좋아한다

귀가 듣고 감정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듣고 그대로 그 진동을 흡수하여, 소리로 비를 맞게 하는 것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

선동하려고 하는 음악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선동되어 버리는 음악

파멸에 이르게 될까 봐 두렵고 괴롭지만

결국은 저항하지 못하고

중독되는 음악


사랑을 싫어한다

주입된 사랑,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반복되는 사랑

선정적인 사랑, 부추기는 사랑

소유하려는 사랑

욕망하는 사랑

집착하는 사랑

포르노

계산적인 사랑

당위적인 어떤 것을 요구하는 사랑

구속하는 사랑

세계를 단 한 사람으로 축소시켜버리고 마는 사랑

스토커, 광기


사랑을 좋아한다

예수의 사랑

엄마의 사랑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몸이 알아차리는 사랑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사랑

집착하지 않고

한계에 갇히지 않고

높은 차원으로 고양되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사랑

한 사람으로 좁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하여

확장되고 열릴 수 있게 하는 사랑

만물에 깃들어 있는 사랑을

알아차리게 하는 사랑

사랑한다는 말이나 맹세가 아니라

가만히 손잡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랑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모든 것은 변하고 지나가기 마련임을 알지만

그 찰나의 순간 

바로 여기에도 사랑이 있었음에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사랑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길로 향하는 영혼의 어두운 여정에

캄캄한 길목에서 환하게 빛을 밝혀주는 사랑

추운 겨울날 잠시라도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난로 같은 사랑


하지만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유혹되어버리고 마는 

어쩔 수 없는 광기

피하려 하지만

계산하거나 밀당하거나

억압되지 못하고

이끌려가는 순수한 마음

위험한 중독

이전 16화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