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07
제프 쿤스 (1955 ~ )
자신은 작품 아이디어만 내고, 수 백억원의 작품을 만들어 파는 천재 미술가다. 그의 팩토리에서 일하는 100여 명의 기술자들은, 모던 타임스의 기능공인가? 보조 예술가인가? 그는 팩토리 오케스트라의 명실상부한 지휘자다.
뒤샹과 앤디 워홀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들과 같은 예술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미술가는 제프 쿤스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고, 비싼 작품 값을 줘야 그의 작품을 살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의 팩토리(작업실)에서 100여 명의 전문 기술자를 데리고, 자신은 작품 아이디어와 콘셉트 만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그들이 작업한다. 주로 스테인리스, 세라믹 등을 사용해 강아지, 리본, 토끼 등 일상의 아이템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가격은 수 백억원에 달한다.
작품 수요가 있으니, 그의 팩토리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사진으로만 봐도 심플하면서, 조형미가 있고 매력적이다. 그는 미니멀리즘과 팝아트를 지향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한다.
뒤샹이 소변기라는 레디 메이드 제품에 자신의 이름도 아닌, 소변기 제조업자의 이름을 적은 미술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앤디 워홀 역시 워크샵(작업실)에서, 자신은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작품들을 찍어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프린팅 분야라면, 제프 쿤스는 조각 내지는 대형 설치물에 해당할 뿐 콘셉트는 유사하다. 그는 소재와 표현 방법을 넘나들며, 천재성과 상업성을 잘 믹스해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나는 2011년 신세계 백화점 본관에 옥상공원에 설치된 작품 Secret Heart에 관한 신문기사를 봤다. 일상 속의 낯익은 소재(주제)를 쿤스 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알게 되었다. 이후 그의 작품들이 세계 경매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다.
모나리자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20여 년간 들고 다니며 채색했던 레오나르도가, 제프 쿤스를 본다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제프 쿤스에 열광하는 컬렉터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그만의 오리진이 있기 때문에 거금을 지불할 것이다.
예술가의 오리진이 작품 그 자체를 100% 본인이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이제 내려놓아야 할 시대가 되었다. 조수를 고용해 만드는 작품도 더 이상 사기가 아니며, 엄연한 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