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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Jul 08. 2024

내만사 - 홍수환

스포츠인 04

홍수환 (1950 ~ )

4전 5기의 오뚝이 정신으로, 파나마에서 2번째 챔피언이 되었다. 지옥에서 온 카라스키야와 이제는 친구 사이라고 한다. 헝그리 복서가 걸어왔던 인생에, 내가 좋아하는 Shadow Boxing의 이미지를 한번 얹어본다.




우리나라의 프로 권투는 프로 레슬링과 함께 헝그리 스포츠 중 하나였다. 권투는 아마추어 선수시절에는 머리에 헤드기어를 쓰고 경기하지만, 프로가 되면 헤드기어 없이 경기를 한다.


헝그리 스포츠라는 선입견이 있다 보니, 권투 경기 후 피투성이의 선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홍수환은 1970년대 대표적인 권투 선수였다. 1974년 그는 머나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WBA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상대를 무려 4번이나 다운시키고 15회 판정승으로 이겨, 김기수 선수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챔피언이 되었다. 그는 육군 일병이었다.


어머니와 위성통화에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국민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귀국 후 헌병차량 호송으로 카 퍼레이드를 했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훈장까지 받았다.


적지에 가기 위해 5번 비행기를 갈아탔고, 다시 5번 갈아타고 귀국했다. 그는 2차 방어에 실패하고, 군대 영창에 유격훈련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때 권투를 관둘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재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국내 재 데뷔전에서 지고 침울할 때,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1977년 슈퍼 밴텀급 초대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가 파나마에서 열렸는데, 상대 선수는 10살 어린 지옥에서 온 카라스키야(11전 11KO승).


홍수환은 2회전에서 무려 4번이나 다운되었지만, 3회전에서 48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4전 5기’ 오뚝이 신화를 만들며, 다시 챔피언이 되었다. 당시 2회전에서 4번이나 다운될 때는, 우리나라 벤치에서는 수건을 던질까 고민했다고 한다.


카라스키야와는 친구가 되어 홍수환이 파나마에 가서 한번 만났고, 그가 세기의 대결 40주년인 2016년에 한국에 와서 다시 만났다. 그는 파나마 시장에 이어서 국회의원의 신분이었다.


그 경기는 나도 똑똑히 기억한다. “엄마, 나 또 챔피언 먹었어!”, “대한국민 만세다!”라는 위성통화 역시 기억난다.


그는 은퇴 후 입담이 좋아, 강연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그의 챔피언 재등극 장면은, IMF 때 박세리의 US오픈 우승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투혼을 보여주었던 권투의 레전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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