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처음 요가를 접한 때가 20 때였어. 그때는 그냥 남들이 하니까 한 번 해보자 싶어서 했던 거였지. 재밌긴 했지만 운동 효과를 느끼지 못해서 그만뒀던 기억이 나.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몸이 느낄 나이가 됐나 봐.
치앙마이에 와서 동행한 친구 따라 시작한 요가가 족집게 선생님처럼 내 몸의 문제점을 콕 콕 집어내기 시작했어. 항상 왼쪽 어깨가 뭉치고 결려서 잠들 때 힘들었는데 그게 나았지 뭐야. 그리고 목을 뒤로 젖히는 게 아팠는데 편해지더라고. 이제 몇 번이나 했다고 다 낫겠어? 요가를 안 한 날은 불편감이 느껴지지만 매일 아침 루틴처럼 요가로 시작하는 날은 하루종일 몸이 편안했어. 지난밤 야식이 남긴 부기가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거든.
치앙마이는 요가의 도시야. 세계적으로 요 가인들이 찾아오는 곳이거든. 무료 요가 강습이나 유료 클래스도 많아. 찾아 듣는 재미가 있더라고. 더군다나 나는 금방 실증 내는 성격이거든. 치앙마이는 다양한 곳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어 다행이었어.
그중 가장 좋았던 건 공원에서 하는 요가야. 매일 아침 8시 올드타운 남쪽 모퉁이에 있는 Buak Hard Public Park라는 공원에서 해. 요가 매트는 없으면 대여할 수 있어. 나는 치앙마이 다이소에서 접이식 요가매트를 구입해 들고 갔었는데 끝나고 보니 대여하는 게 더 편하겠더라. 참고해.
우리까지 자리를 잡고 시간이 되자 공원 잔디밭에서 수업이 시작됐어. 시작하고 얼마 후 해가 이동해 빛이 강해지더라고. 나는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자리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지. 게다가 강사의 말이 내 자리까지 들리지 않더라고. 주변을 훔쳐보며 따라 하느라 요가에 집중할 수 없었어.
얼렁뚱땅, 어영부영. 요가를 하는 건지 개인기를 하는 건지 모르게 그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됐지. 그런데도 자연에서의 경험이 좋았다고 하면 이상할까. 공원에 요가 매트를 펼쳐놓고 드러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 그림이었거든. 맑고 높은 하늘과 겹겹이 흘러가는 구름, 그보다 앞에 드리워져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 그리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까지도.
내 몸이 뒤틀린 채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의 민망함과 불안한 내 시선처리, 붉어진 얼굴에 대한 기억은 바람에 같이 씻겨 날아가고 그저 자연에 파묻힌 느낌만 남더라.
몸을 깨우니 요가가 끝이 났어. 흙이 잔뜩 묻은 요가매트를 화장실에서 대충 씻은 후 근처 망고 주스 맛집으로 갔어. 생망고의 절반은 잘라주고 절반은 얼음과 갈아서 주는데 겨우 49밧이었어. 내가 여기선 이 돈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치앙마이 사람들에게 난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그들은 나를 이렇게 환대해 주고 친절히 대해주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과 경험까지 선물해 줬어. 나는 오늘도 이 순간에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