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할로윈
오늘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야.
미술학원에서 잠시 강사로 있을 때 할로윈 파티를 하면 어떻겠냐고 원장님께 제안했었어.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유치했거든. 다른 나라 축제가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
1년에 한 번있는 이 날을 위해 내가 더 신나 했던 기억이 나.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 교실에 남아서 학원을 꾸밀 소품을 만들었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말이야. 최대한 잘 꾸미고 싶었거든. 만들기를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에 수업 커리큘럼에 할로윈 만들기도 넣었어. 직접 만든 소품으로 꾸며주면 아이들이 더 즐거워할 거 같았으니까.
시간이 지나 어떤 기념일에도 감흥이 없어진 지금 나는 치앙마이에 와 있어.
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축제를 즐기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코스튬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친구나 가족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코스튬 문화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해. 특히 치앙마이 같은 관광지에서는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서양 축제가 크게 열리기 때문에, 지역 상점이나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자연스럽게 코스튬 문화가 확산됐어. 코스튬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거야.
그리고 이번 할로윈 코스튬 콘테스트는 태국 북부에서 처음 이뤄지는 할로윈 축제라고 하더라고. 무관심하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설레하는 게 느껴졌어. 그리고 오늘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나를 꾸몄어. 파티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할로윈 분장을 한 건 아니야. 그들 사이에서 초라한 코스튬이 될게 뻔했으니까. 그냥 관람객 1 이어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지.
실제로 본 코스튬은 대단했어. 오늘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만큼.
지금까지 지켜본 치앙마이 사람들은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 같아. 성취 지향적인 삶보다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거든. 그리고 대체로 차분하고 급하지 않아. 여기서 경적 소리를 듣기가 어려울 정도니까. 정서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그 분위기가 공기에서도 느껴져. 이곳에 있으면서 나도 아주 조금은 온화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
오늘 나의 하루는 너무 완벽했어.
온도, 습도, 공기 그리고 사람들까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