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 up
1년 동안 휴직 후 복직을 하고 회사에 가니 변화가 생겼다. 회사 옥상에 운동기구들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지하층에 헬스기구들이 있긴 하지만 시간 제약으로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점이 직원들의 분노를 샀는지 회사 옥상에 간단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을 설치해 둔 것 같다.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누가 그곳에서 운동을 하겠냐고 의문이 들었지만, 차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 같다. 한 번씩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옥상에 올라가면 운동 메이트 3명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이 하는 운동은 주로 턱걸이(친업)와 푸시업이다. 옷을 입은 겉모습만 봐도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이 많이 나가는 체형의 남자 3명이다. 그들이 한 명씩 순서를 정하여 턱걸이, 푸시업을 하는 모습을 본다. 근데 그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쉬움과 안쓰러움이 생겨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한눈에 봐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선 초보자들이다. 그들은 동작의 정확도보다는 개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성과 지향형이 아니라 목표 지향형인 것 같다. 그리고 운동 초보자인 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도 남의 이목이 집중되는 회사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운동하는 모습에 요즘 운동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3명 모두 턱걸이를 제대로 3개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하고 있는 모습에 끈기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유심히 보았다. 쉽게만 생각하는 턱걸이가 그들이 어떤 원리의 운동인지 알고 있는지 의문도 들었다. 턱걸이는 기본적으로 등 운동이다. 등 근육 중에서 광배근을 이용하여 상체를 끌어올리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턱걸이를 하면 광배근, 이두근, 삼각근, 삼두근 등 여러 가지 근육군이 개입이 된다. 그중에서 주로 광배근과 이두근이 중요하다. 이때 팔의 이두근은 턱걸이를 하는데 보조적인 근육이다. 그래서 턱걸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두근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배근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탄력밴드를 이용하여 턱걸이를 계속한다. 탄력밴드로도 모자랐는지 운동 메이트 1명의 도움까지 얻어서 계속 턱걸이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세트 마지막에 운동보조자의 도움으로 운동 횟수를 맞추는 경우는 있지만, 운동하는 내내 이렇게 운동보조자의 도움으로 운동하는 모습은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어쩌면 운동하는 사람이 턱걸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보조자의 팔운동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면 케이블을 이용하여 광배근을 키우는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중량이 없는 야외 운동기구에서 자신의 몸무게만을 무게 삼아 턱걸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도 운동보조 없이 턱걸이 1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주일 혹은 한 달 후에 2개 혹은 3개를 하더라도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해볼 수 있는 끈기와 기다림이 필요한데 그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단순히 오늘 운동에서 몇 개의 턱걸이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꽤 흘러 필자가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 동안 그 운동인 남자 3명은 계속 턱걸이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의 동작을 40분 이상 하고 있었다. 운동 초보자인데도 운동시간이 꽤 길다. 턱걸이 초보자라면 운동시간에 욕심을 부릴 게 아니라 적당한 운동 후 근육 회복을 위한 휴식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필자는 조언자가 아니라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라 말은 하지 않았다. 초보자 입장에서 턱걸이를 오랜 기간 많이 하면 근육 발달이 아니라 근 손실이 발생하여 운동을 하는데도 근육 발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초보자인데 도 운동량과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한다.
즉, Over training이다. 결과는 근 손실을 가져온다. 오늘 운동한다고 오늘 근육이 생기지 않는데 혹시 그들은 오늘 운동한 결과가 오늘 근육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면서 관련 근육에 자극을 주면 근육이 펌핑이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 초보자는 근육 펌핑이 자신의 근육이 생긴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을 끝내고 조금만 지나도 그 근육 펌핑은 사라진다. 근육의 생성은 운동 과정에서 생긴 근육에 생긴 미세한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근육의 펌핑과 근육의 성장은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운동 초보자에게는 펌핑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계속 펌핑을 하기 위해서 운동을 계속한다. 사실 Over training으로 이미 근육이 지친 상태에서 계속된 운동은 펌핑된 근육이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펌핑이 사라져 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운동 초보자는 빠져나가는 펌핑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 다시 운동을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초보자+초보자+초보자는 중급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