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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 Dec 23. 2023

2017년, 서울에 아파트를 샀습니다(1)

#부동산 신화

 우리는 강남 유흥가 쪽의 작은 빌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이 가까웠고, 불금의 열기가 집 안에서도 느껴지는 그런 집이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싶었고, 아이랑 살기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었다. 아파트 폭락설을 항상 들이밀던 남편도 언제부턴가 마음이 돌아섰다. 경기도에 집을 사자는 남편을 뜯어말리고, 1년간 임장을 다닌 끝에 우리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샀다.  


 아파트를 계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임신도 되었고, 초겨울에 아파트로 이사했다. 나의 첫 아파트는 첫아기를 안겨주었고, 좋은 추억을 주는 것에 멈추지 않고 2018년부터 그 값이 매우 오르기 시작했다. 한창 아파트 값이 오를 때 매일 같이 부동산 어플을 켜보았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올라 있었다.


 남편도 나도 붕 떴다. 남편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부동산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자주 연락했다. 어느 봄날엔 아파트 분양권을 주로 사들이던 친구를 따라 경기도로 갔다. 부모님 명의로 경기도 아파트 분양권을 산다는 남편 친구의 말에 묻지마 투자로 우리도 따라 분양권을 샀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평소엔 잘 먹이지도 않는 막대사탕을 먹여가며 정신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경기도의 아파트는 1년간 잠잠하더니, 1년 이후부터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부동산 상승 신화에 취해 갔다.


 동시에 경매로 아파트를 싸게 사서 값을 더 얹어 팔고 수익을 낸 다는 친구말에 혹하여 경매학원에도 따라다녔다. 경매 대신 공매로 나온 수도권의 아파트 한 채를 신청한 것이 2000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고 우리 부부가 당첨되어버렸다. '어떻게 이게 되지?' 싶게도 현실성 없지만 그게 되어 버렸다.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게 기다리고 싶었지만, 빨리 팔아버리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예상보다는 못 미치지만 큰 수익을 얻고 팔 수 있었다.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

우리 부부의 신념은 확고해져 갔다.


 남편과 경매학원을 다녔던 친구는 육아휴직을 내고 전업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친구가 이번에 수억을 벌었네, 수십억을 벌었네 하는 소리를 남편이 전해 주었다. 나도 솔깃했다. 뭐 떡이라도 하나 얻어먹을 게 없을까 하고. 떡을 얻어먹을 게 있었다. 친구가 소개해준 투자 상품에 목돈을 넣고 이자를 10프로가 넘는 금리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원금까지 다 돌려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투자가 있다니.


 남편이 어느 날 마음을 먹었다. 본인도 육아휴직을 하고 친구가 세운 회사에서 함께 부동산 전업 투자를 하기로. 나는 망설이다가 남편의 확고한 눈빛을 믿고 그러자고 했다. 주로 토지에 투자했다. 몇 달만 지나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 어느 날은 투자를 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소중한 집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저렴한 금리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이 벌인 사업이 망하고 대출을 갚지 못해 우리 집에 빨간딱지가 붙는 상상에 밤잠을 설쳤다.

 '경매로 돈 벌려다가, 결국 우리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게 아닐까'


 남편이 계속 나를 설득시켰다. 지금하고 있는 투자의 안정성에 대해서 계속 설명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결국 나는 어느 날 회사를 조퇴하고 남편과 함께 인천에 있는 먼 은행까지 찾아가 대출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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