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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 Dec 30. 2023

2017년, 서울에 아파트를 샀습니다(2)

#2 헛바람

남편이 육아 휴직을 시작하고, 부동산 투자 관련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후, 처음의 혹하던 마음은 의심으로 바뀌어 갔다. 잘만 풀리면 남편은 멀쩡히 다니던 전 직장을 관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믿어도 되는 사람들인가, 사기꾼이 아닐까. 이 투자에 참여하면 몇 달 후면 수익이 난다던 일들은 자꾸만 연기가 되었다. 그래도 남편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고, 또 새로운 투자에, 또 새로운 투자에 돈을 넣었다.


 나는 극도로 불안해져 갔고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져 갔다. 남편에게 걱정과 불안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언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엉엉 울며 시부모님과 통화하기도 했다.


 어느 날 새로 동업하는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식사를 한 일이 있었다. 너무 궁금했던 사람들이라 나는 피곤함을 뿌리치고 참석했다. 아직 수익이 나지도 않았는데 (물론 초창기 멤버는 큰 수익을 거뒀지만) 다들 성공한 부처럼 심취해 있었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처럼 떠들며 웃고 농담을 했다. 나는 자꾸 나중에 회사가 망해서 서로 싸우고 난장판 되는 모습이 오버랩되며 지금 이 파티가 부조리극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육아휴직기간은 1년이었고 이전 회사를 관둘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 투자대비 수익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희망 고문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남편의 마음은 변치 않고 확고해져만 갔다.


 나의 마음도 갈팡질팡이었다. 불안은 하지만 이 투자결과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 큰 성공 바라다가 지금의 작은 행복마저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남편과는 사이가 안 좋아졌고, 불안한 마음에 훔쳐본 남편의 카톡에서는 '자꾸 반대하니 이혼해 버리고 싶다. 이전 회사로 돌아간다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찐친과의 대화 내용을 보게 됐다. 화가 남과 동시에 자살을 생각할 만큼 이전 회사가 싫은 걸까.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혼했는데 이 사람 대박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이런 와중에 새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가족들과 다 같이 몰디브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비행기값 외에는 모두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이건 또 뭔가.. 몰디브라니.. 설레면서도 이 회사가 진짜 잘 되고 있는건가 싶으면서도 여길 다녀오면 이제 빼박 전 회사는 관두는 걸 텐데.. 몰디브 가면 나도 홀랑 넘어가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릴게 뻔했다. 나 혼자라도 똑바로 정신 차리고 헛바람 든 정신 버리고 지금의 작은 행복이라도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몰디브는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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