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

by 홍고롱


그렇게 달리기를 싫어하던 나는,
요즘 아침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스트레칭으로 감기던 눈을 뜨며 길을 나선다.


아침 7시.


밤 9시만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지만,
그 덕에 몸이 가뿐하다.


출근길로 분주한 사거리를 지나고,
어스름한 굴다리를 건너면,
여름이구나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초록빛이 찬란한.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다.
아침 7시에 이렇게 부지런한 이들이 많을 거라곤,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속도로 공원을 즐기고 있다.


나도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오르막길을 오른다.


달릴 때마다 바람을 타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데,

그 감각이 좋아, 일부러 그런 길만 골라 다닌다.


얼마 못 가 지친 나는,
그제야 주변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어르신들.
(할머님이 얼마나 정성껏 대해주시면
유모차를 탄 강아지가 그렇게 순수한 웃음을 지을까.
너희, 복 받았구나.)


그러다 저 멀리서 뭔가를 한 아름 들고 달려오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빈 음료수통과 쓰레기들.
주말의 흔적들을 챙기며 가볍게 달리고 계신다.


무엇을 위하여?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그 행위를 하시는 걸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이 이렇게 살만하다.


깨끗한 거리는,
이런 분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아침마다 분리수거를 하고 집 안을 정돈해 주는 어머님들,
거리를 닦는 환경미화원분들.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좋아 보이도록,
누군가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왜 나는 더 가질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
눈앞만 보고 불평했지만,


세상은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늘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꼭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나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의 존재를 잊지 않고,

나도 좀 더 보탬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잠시 되새겨 본다.


... 하지만 땀에 절어버린 지금은,
일단 빨리 씻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공원의 오전이
의욕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시간이라면,

주말 오후의 공원은 조금 다르다.


아이들과 산책을 나온 부모님,
배드민턴을 치는 모녀,
돗자리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친구들.


가끔 마음이 무거울 때면
나는 공원을 찾는다.


사람 사는 냄새,
다정하고 포근한 얼굴들.


누군가의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다.


세상은 생각보다 살만하다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모르고 걸을 때는 몰랐던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다정함들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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