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친구들

사람 사는 맛, 이래서 못 끊죠

by 홍고롱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 나.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된장찌개를 어떻게 끓여야 맛있어?”
라고 물으니,


양파는 꼭 들어가야 하고, 애호박도 빠지면 안 된다고.


음... 내 냉장고는 텅 비었는데 말이지?


시장 가면 되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잖아.


그래도 오늘은 안 나가려고 했는데... 알았어. 갔다 올게.





어김없이 시장을 나선다.
내 손엔 만 원짜리 한 장.
이걸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지.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제일 저렴한 골목부터 섭렵을 노린다.


첫 타겟은 양파.


여기저기서 사다 보니,
이 할아버지가 파는 양파가
제일 오래가고, 안 상했다는 내 데이터가 스쳐 간다.


“안녕하세여~ 양파 주세여~”


“어떤 걸로 줄까요~?”


음... (빨리 고르라는 압박을 느끼지만, 5초는 고민하는 나)

“이 친구들로 주세여~”


“아하! 이 양파 친구들 말이죠~ 애들이 실해요!”


웃음 터진 나.


내가 던진 말 한마디를 덥석 무셔서는
맛깔나게 받아쳐 주신다.


이 맛에 시장으로 오죠.


자주 가다 보니

이제는 “안녕히 계세요”보다는
“많이 파세요~”가 더 자연스럽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만 원으로:

양파 2천 원

새송이 2천 원

팽이 2개 1천 원

풋호박 1,500원

팥쑥떡 2천 원


총합 8,500원.
잔돈 1,500원이 남았다.


500원은 나를 런던으로 보내줄 롱돈이(돼지저금통)한테 넣고도,
천 원이 남는다.


이렇게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이젠 마트나 온라인으로는 야채를 도저히 못 사겠다.


그리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이 티키타카의 매력에 빠져,

시장을 끊을 수가 없다.


우리 집으로 가자, 얘들아.

내가 맛있게 된장찌개 끓여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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