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김치에 대한 말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라는 표지판. 언제부터인가 그 금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켜왔다. 알고 보니 잔디밭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잔디밭의 넓이와 질이 그 집의 부와 지위를 말해주었던 것.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동물을 풀어 놓을 수도 없는 잔디밭. 가난한 농부들은 잔디 따위에 귀중한 땅과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호모데우스를 보면 집이나 건물 입구에 잔디를 심기 시작한 것은 중세 말 프랑스와 영국 귀족들이었다. 잔디밭에서 중요한 축하연과 사회적 이벤트가 열렸고, 그렇지 않을 때는 들어가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궁전과 공작의 대저택, 의회와 대법원을 거쳐 자본가 계급도 잔디를 깔았다. 잔디 깎는 기계와 스프링클러가 발명되면서는 미국 수백만 가구가 마당에 잔디를 깔았다. 일요일 아침 예배가 끝난 뒤 혼신의 힘을 다해 잔디를 깎았고. 지난 200년 동안 잔디는 축구,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세계를 평정했고 사막에도 잔디가 깔렸다. 잔디는 요즘 미국에서 널리 재배되는 3대 작물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아파트에 사는 내게는 잔디를 심고 가꿀 마당이 없다. 유년 시절에는 어땠던가. 비 온 후에 발자국이 생기는 마당이 있어 술래잡기하고, 여름 저녁이면 모깃불을 피우고 평상에서 수제비를 먹었다. 거기 누워 쏟아질 듯 매달린 하늘의 별을 보기도 했다. 우연히 우리의 삶에 들어온 잔디밭. 이것이 지금의 우리를 바꾸어 놓았지만 그것을 몰랐거나 아무것도 아닌 때도 있었다. 우리가 현재에만 얽매이지 않고, 과거를 알려고 한다면 과거에서 해방될 수도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도 있으리라.
이번에는 김치에 대한 말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물김치: 국물의 양을 많이 하여 담근 김치 = 물김치
백김치: 고춧가루를 쓰지 않거나 적게 써서 허옇게 담근 김치
동치미: 소금에 절인 통무에 끓인 소금물을 식혀서 부어 담근 겨울용 김치
나박김치: 무를 얄팍하게 네모지게 썰어 절인 다음, 고추·파·마늘·미나리 따위를 넣고 국물을 부어 담근 김치
벼락김치: 무나 배추를 간장에 절여 당장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김치 = 급살김치
박김치: 덜 여문 박을 납작납작하게 잘게 썰어 담근 김치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 텔레비전을 연속극을 보면 도도한 여주인공을 향해 주위 여자들이 고상을 떨고 있네, 아니면 고상을 부리고 있네,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품위나 몸가짐이 속되지 아니하고 훌륭하다’는 뜻이 ‘고상하다’입니다. 언행이 고상하다, 고상한 인격이다,처럼 씁니다. ‘도도하다’는 잘난 체하여 주제넘게 거만하다는 뜻입니다.
2) 사과나 고추처럼 ‘잎이나 열매가 가지에 달려 있게 하는 짧은 줄기’는 ‘꼭지’라고 합니다. 사과꼭지, 고추꼭지. 그렇지만 떡갈나무 따위의 열매를 싸고 있는 술잔 모양의 받침은 꼭지가 아니라 ‘깍정이’라고 합니다.
3)몹시 실없이 구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주책이다! 주책맞은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주책을 떨다’ 또는 ‘주책을 부리다’가 맞습니다. 이보다 자연스러운 ‘주책없다’는 말도 있는데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