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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을 들머리에서

새우타령

by 최연수

詩(시) 마을 들머리에 서있다.

더욱 푸르러진 어귀의 노송이

나그네는 아니고 옛날 이 마을 사람인데

백발이 되어 왜 다시 찾아왔나...

懷鄕病(회향병)을 낫기 위함일까?

孤獨感(고독감)을 이기지 못함일까?


뒷동산 뻐꾸기는 지금도 시를 읊을까?

앞개울 각시붕어는 지금도 시를 쓸까?

돌멩이까지도 시를 숨 쉬며 사는 마을인데

내 굳어진 머리와 무뎌진 가슴으로

한 줄이라도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


문득 흰 구름이 하얀 잡기장을 던져준다.

제비나비가 잡기장 위에 살포시 앉더니

몽당연필 하나 놓고 이내 날아간다.

잡기장 겉장엔 ‘솜씨!’라 씌어있다.

가냘프게 떨린 손으로 끼적거린다.


볶은 깨는 산문, 이를 눌러 짜내는 참기름은 시라고 했지.

참기름과 함께 볶은 깨도 쓰자.

코로나와 함께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쥐락펴락 얼굴이 그늘져 있을 때

넋두리처럼 주절거리듯 쓰다 보니 이 시집이다.


20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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