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잔칫상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참 아쉬었어요.
목말 탄 아이들 웃음꽃이 훨씬 예쁘고
우릴 사진기에 담는 모습 참 아름다웠어요.
모였다가 흩어지고 만나면 헤어지며
피었다가 지는 것이 정한 이치지만,
막상 떠나자니 말문이 막히네요.
반짝 곱다가 이내 져야하니 참 미안해요.
한 잎 두 잎 떨어질 땐 멋 모르고
나비 되어 팔랑 팔랑 날았지만,
비바람과 함께 꽃비 되어 내리면서
꽃잎에 눈물 맺혀 무겁게 떨어졌어요.
싱그러운 푸른 잎이 숲으로 우거지면
어차피 아스라이 잊혀지겠지만,
한 철 살고자 고개 내민 풋 열매들
남기고 가니 귀엽게 봐주세요.
이름도 없고 엄마 아빠도 모른 채
호젓이 피었다가 속절없이 지는 들꽃.
우리 모두 정다운 한 동네 친구들이니
다시 만나자고 손 흔들어 주세요.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은 올해 같은 봄을 뜻하는 것이리라. 봄이 왔다는데, 꽃 구경도 제대로 못한 봄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賞春客(상춘객)이 몰려들지 못 하도록 통행 금지를 시킨 일이 언제 있었던고. 한 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꽃 잔치를 벌이고자 겨우내 별렀던 우리 꽃들의 실망과 좌절을 어떠했으랴.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꽃동산까지 덮치리라고 누군들 예상했나.
이제나 저제나 통행 금지가 해제되길 기다렸지만, 우리 고운 자태는 이내 退色(퇴색)하고,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이 때만해도 멋 모르게 나비처럼 팔랑팔랑 가볍게 떨어지며 아이들이 즐겁게 잡으러 다닐 줄 알았다. 그러나 비바람이 치면서 눈물이 꽃잎에 맺혀, 무겁게 꽃비로 내렸다.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나면서 새삼스럽게 울먹해진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잔치를 준비한 우리 꽃들의 마음을 알아준 상춘객들이 참 고마웠다. 아빠 목말을 타고 놀러 왔던 아이들의 웃음꽃이 우리들보다 훨씬 더 예뻐보였고, 우리를 사진기에 담아간 사람들의 손길들이 참 아름다웠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3:1)하였다. 會者定離(회자정리)라 모이면 흩어지고, 만나면 헤어지며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는 것이 정한 이치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마음을 달래본다. 그러나 정들자 이별이라고 막상 떠나려 하니, 좀 더 곱고 향기로웠을 걸 반짝 고왔다가 추레하게 금방 져야하니, 미안한 마음 헤아릴 수 없다. 머지않아 싱그러운 푸른 잎들이 숲으로 우거지겠지. 맑은 바람 시원한 그늘에 곧 정들어, 어차피 우리 꽃들은 아스라이 잊혀지겠지만, 남기고 간 열매들을 잊을 수 없다. 한 철 살겠노라고 고개를 든 우리 후세 풋 열매들! 귀엽게 봐달라고 부탁한다.
문득 야생초들이 생각난다. 이름도 없고 엄마 아빠도 모른 채, 호젓하게 피었다가 속절없이 져가는 그들도 우리 형제들 동네 친구들 아닌가? 그들에게도 잘 가라고 손이라도 흔들어주면 얼마나 좋으랴. 落花流水(낙화유수)라 했듯이 우리 꽃들이 물에 떨어져 어디론지 흘러갈지 모른다. 꽃에 정이 있으면 물에 또한 정이 있어, 꽃은 물에 떨어지기를 바라고, 물은 꽃이 떨어지기를 바란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비유하고 있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權不十年(권불십년)이라, 꽃의 아름다움은 열흘이 못 가고, 높은 권세는 십년이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꽃이 지는 이 때에 깊이 새겨 들을 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