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곰팡이는 흔적도 없어야 한다며
김치 간장 다 버리고,
항아리 장독까지 깨뜨렸다.
살림군이라는 손뼉 소리에,
“그건 골마지인데...”
기어들어가다 묻힌 목소리.
골마지는 해롭잖으니
살짝 걷어내면 된다고,
드문드문 곰팡이 핀 먹거리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
“그건 곰팡이인데...”
구시렁거리다 사라진 목소리.
김치와 간장에 희끗희끗 골마지가 끼었다. 누구라도 먹으려면 꺼림칙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곰팡이가 피어 식중독에 걸린다고 이를 모조리 버렸다. 심지어 담았던 항아리와 장독까지 깨뜨리며 호들갑떨었다. 살림 잘 한다는 박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그건 골마지인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 듯하다. 그리고 이내 묻혀버린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음식물이 맛이 없거나 상했다면 큰 일이다. 잘 못 관리된 음식에 곰팡이가 피어, 그대로 먹게 되면 식중독에 걸리기 十常八九(십상팔구)다. 그런데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며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온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다. 누구인가 이건 곰팡이 같다고 구시렁거리지만, 곰팡이가 아니라 골마지라며, 해롭지 않으니 살짝 씻거나 걷어내면 아무 탈 없다고 큰소리친다. 정말 몰라서일까? 알면서도 시치미떼는 것일까?
작년 세밑, 중국 우한(武漢)에서 생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스며들어왔다. 이후 74 일만에 100,062 명의 확진자와 177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계가 페닉 상태에 휩싸였는데 며칠 새에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애초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는데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되었다. 이것은 天災(천재)가 아니라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人災(인재)라고 한다. 그러나 짐짓 정부는 사과는커녕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으로 허둥대면서도 잘 대처하고 있노라며 自畵自讚(자화자찬)이다.
심지어 전 정권이었다면 더욱 큰 禍(화)를 끼쳤을 것이라는 소위 문빠들이 설친다. 그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곧 네가 만든 먹거리는 골마지가 곰팡이, 내가 만든 먹거리는 곰팡이가 골마지라고 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우쭐거렸던 정권 3년만에, 나라가 총체적으로 위기다. 문대통령을 탁핵하라는 민원이 국회에 10만여 건, 청와대에 100만여 건 올라 있는데도, 珍羞盛饌(진수성찬) 차려놓은 상 앞에서 무슨 불평이냐고 두 눈을 부릅뜬다. 적어도 골마지와 곰팡이는 分別(분별)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