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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공원

걷고 쉬고 생각하고

by 최연수

지하철 9호선 샛강역에서 3번출구로 나가면 앙카라공원으로 바로 연결 된다. ’76년 서울과 앙카라(Ankara)가 자매 결연을 한 후, 이듬해 개원한 이곳은 16,500㎡(약5000평)에 지나지 않은 삼각형의 고즈넉한 공원이다. 그러나 번화한 여의도 한 구석에 이러한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쉽사리 들러 쉴 수 있고, 점심 시간에는 근처의 직장인들이 머리를 식히며 거닐 수 있다.

앙카라는 터키공화국의 창립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가 ’23년 새로 탄생한 터키의 수도로 선포한 곳이다. 터키는 6.25전쟁 때 UN군의 일원으로 파병 참전하여,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991 명의 전사자와 2,147 명의 부상자, 409 명의 실종자를 낸 혈맹이다. 그 중 부산 유엔 묘지에는 469구의 병사가 있다고. 이후 두 나라는 우방으로서 교류가 활발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환희’라는 커다란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버섯 또는 횃불 모양의 큰 조형물이 있는데, 2008년 서울․앙카라 자매도시 결연 기념물이라 한다. 자매도시 결연 기념의 현판에는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고, ‘서울 앙카라의 새로운 미래’라는 글이 씌어 있다. 마찬가지로 앙카라에도 6.25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참전비와 함께 ‘서울공원이’ 있다는 것.

중앙의 특이한 큰 건물은 ’92년에 세운 터키의 전통 포도원 주택이라 한다. 실내에는 터키의 전통 생활 기구, 농기구, 가구류, 주방과 주방용품 등 수 백 점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들어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관리소도 문이 잠겨 있고, 수돗가에서 일하는 관리인이 소 닭 쳐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묻지 않았으나 두 나라의 우정과는 한참 먼 광경. 바닥 전체가 갈색 타일과 화강석으로 깔려 있어 아주 정갈하다. 장송 등 소나무 숲에 ‘희망’이라는 돌 흉상과, ‘모정’이라는 청동 조형물, 그 밖에도 제목 없는 몇 점의 조형물이 단조로움을 덜어주었다. ‘위대한 능력의 원인...반복된 훈련의 결과’라는 미국 저널리스트 데니얼 코일(Danial Coyle)의 말이 게시되어 있다. 차라리 터키인의 말, 터키의 향기를 풍기는 시설이나 상징물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베드민턴과 게이트볼 경기장과 여러 야외 운동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후, 터키의 동부에서 7.2의 강진이 발생하여, 600여 명의 사망자와 2,000 여 명의 부상자, 2,000여 동의 건물이 붕괴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른 나라보다는 마음이 쓰라린 것은 6.25전쟁과의 깊은 인연 때문일 것이다. 어서 빨리 정상을 회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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