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알로고스_투어
(부산 자갈치시장)

with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

by 리얼흐름

부산 자갈치역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자, 젖은 바닷바람이 바로 밀려들었다.

진우는 계단을 올라 시장 방향으로 향했다.
골목 입구부터 상인들의 외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싱싱한 고등어요!”
“살아 있는 낙지요!”

칼이 도마를 치는 ‘탁탁’ 소리와, 커다란 수족관 물이 출렁이는 소리, 그리고 튀겨지는 오징어 냄새가 공기 속에서 겹겹이 쌓였다.
진우는 가방 끈을 조이고 활어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비린내와 뜨끈한 국물 냄새가 코끝에서 부딪혔다.


진우 : '이 소란 속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겠지?'

진우의 혼잣말을 듣고 길을 멈춘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수염, 검은 셔츠, 그리고 예리한 시선.

진우: “… 탈레브?”
탈레브: “아? 나를 아나? 여긴 복잡하니 다른 곳으로 가세.”

처음 본 사이지만 마치 친한 사이처럼 탈레브는 어깨동무를 하고 진우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두 사람은 시장 골목 한편, 작은 접이식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앞에는 갓 썬 생선회와 김이 모락 오르는 어묵국물이 놓였다.

탈레브: “질서는 소음 속에 숨어 있지. 조용한 시스템은 오히려 가장 깨지기 쉬워.”
진우: “그래서 일부러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군요.”
탈레브: “그렇지. 충격을 받고도 더 강해지는 게 진짜야. 이 시장도 마찬가지지. 예측 불가능함 속에 지속 가능성이 있거든.”
진우: “예측 불가능함이 안정성을 만든다… 직관과 반대네요.”
탈레브: “그게 바로 ‘안티프래질’이네. 깨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깨지고, 남는 건 충격을 소화한 것뿐이야.”


진우는 어묵국물을 한 숟갈 뜨며 그 말을 씹었다.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시장의 소음이 잠시 잦아드는 듯했다.


부산자갈치시장(나심탈레브)본문.png


한 상인이 큰 소리로 고래고기를 권했고, 옆 가게에서는 전복을 꺼내는 소리가 ‘찰박’ 하고 들렸다.

멀리 선 밀면집 앞 줄이 길게 늘어섰고, 줄 선 사람들이 투덜대는 목소리가 섞였다.

진우: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걸 좋아해요.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하죠.”
탈레브: “그건 착각이지. 세상은 본래 우연하고, 계획은 단지 사람을 안심시키는 장치야.”
진우: “그럼 철학자도 예측을 버려야 하나요?”
탈레브: “철학자는 리스크를 이해해야 해. 회피가 아니라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우: “흡수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요?”
탈레브: “작게 자주 실패해 보는 거지. 큰 한 방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회 한 점을 이쑤시개로 찍어 간장에 찍으며 탈레브가 되물었다.

탈레브: “자네는 이 시장이 혼란스러워 보이나?”
진우: “네, 너무 시끄럽고 정리가 안 된 것 같아요.”
탈레브: “하지만 잘 봐. 모든 가게는 제 위치를 알고, 손님 흐름에 맞춰 움직이잖아.”
진우: “그건 경험이 만든 거겠죠.”
탈레브: “경험이란 불확실성을 겪은 기록일 뿐이네.”
진우: “그럼 혼돈 속의 질서는 경험에서 나온다?”
탈레브: “정확히. 실패와 변화를 거듭하며 다져진 거지.”


해가 기울면서 시장 위로 붉은빛이 퍼졌다.

생선 비늘에도 노을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탈레브: “자네 시대는 모든 걸 통제하려 하네. 주식, 날씨, 인간관계까지.”
진우: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거든요.”
탈레브: “하지만 그 안전감이 가장 위험하지. 작은 파동에도 크게 무너지게 되니까.”
진우: “그럼 불안정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탈레브: “불안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 대신 익숙해져야 하지.”
진우: “익숙해지면, 두렵지 않게 되나요?”
탈레브: “아니, 두려움은 남지. 다만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게 되는 거지.”


대화를 마무리하며 둘은 자리를 옮겨 밀면집으로 이동했다.

국물에서 고기와 겨자의 향이 섞여 올라왔다.

탈레브: “맛있는 음식도 약간의 매운맛이 있어야 기억에 남듯, 인생도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어야 한다네.”
진우: “그 매운맛이 너무 강하면요?”
탈레브: “그땐 조금 덜어내면 되지. 하지만 완전히 없애면 맛이 사라져.”
진우: “위험과 맛… 비슷하네요.”
탈레브: “그래서 나는 시장을 좋아하네. 매일 다른 위험과 맛이 오가니까.”


밀면을 절반쯤 비운 후, 탈레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뒤로 시장의 소음은 여전히 파도처럼 이어졌다.

탈레브: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네 잊지 말게 날 선 순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부서져도 되는 건 철학이 아니야.”

진우: “오늘은 시장이 제 철학 책이었네요.”
탈레브: “좋아. 그 책은 매일 새 판본으로 갱신되니까.”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 일어난 탈레브는 기분이 좋은 듯 계산을 하고 경쾌한 스텝으로 빠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블랙스완이론이나 코인베이스에 관한 예측 실패, 조던 피터슨과의 논쟁도 지금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불과 같은 나심 탈레브였다.

탈레브의 불같은 성격과 부산의 자갈치 시장은 매우 잘 어울렸다.


아직 절반이 넘게 남은 밀면을 음미하며 진우는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을수록 살아 있다.

혼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각되어야 한다.
안전한 듯 보이는 고요보다, 시끄러운 생존이 더 강하다.
나는 오늘, 불확실성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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