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진 길 위의 나에게

나의 인생, 나의 삶 비로소 고요히 나를 안아줄 시간이 왔다.

by 박지숙

폭풍우 치는 바다 위를 쉼 없이 저어 왔다.

누군가의 숨을 이어주고,

누군가의 밤을 지키려 나의 밤은 늘 낮보다 뜨거웠고

나의 계절은 한 번도 제때 머문 적 없었다.


두 아이의 맑은 눈망울에 미안함을 채우고

하얀 가운 깃 아래 눅진한 고단함을 숨기며

나는 나를 돌보는 법을 잊은 채 살았다.

그렇게 애써 오른 길의 끝에 서니

문득 낯선 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이 길이 정말 내가 꿈꾸던 길이었을까?"

치열했던 소리가 잦아든 자리마다

메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그림자처럼 길다.


꿈꾸던 미래는 영화 속 장면처럼

근사하지 않았고

내가 선 무대는 생각보다 고단하고 외로웠으나

굽이진 길마다 인내로 이정표를 세우며

단 한 순간도 삶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 사람


그래, 비록 화려한 환상은 아니었을지라도

사투의 현장에서

누군가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은 건 나였다.


세상의 잣대에 맞춘 성공보다 귀한 것은

폭풍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나의 '진심'이다.


허전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더 깊은 나를 만나기 위해

잠시 멈춰선 자리임을 나는 이제 안다.


나의 인생, 나의 삶 비로소 고요히 나를 안아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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