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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17일차

아직 출근한 지 3주도 안 됐다.

by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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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는 사람들은 굳이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


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


예 : 거래처,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청소하다 보면 나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많이들 붙잡고 물어보신다.


(예 : 여기 어떻게 가야 해요?, 여기가 맞아요?)


나도 온 지 3주도 안 됐고, 나는 라운딩도 대략적으로만 했었다.


기본 교육은 안전교육 정도.


처음 내가 헤맸던 걸 알기에


나는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다.


아마 다들 이미 알겠지 싶거나, 내 개인정보를 궁금해할 뿐.


내 개인정보를 왜 궁금 해들 할까?

나는 여기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딱히 궁금치 않는데 말이다.


호감인가? 관심인가?


하지만 묻기 전엔 조심하자.


묻기 전엔 묻는 사람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다.


타인의 얘기만 듣고


본인의 얘기를 꺼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관계가 성사되지 않고


본인의 얘기를 꺼내기 싫어서


본인과 다른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 또한 다 들통난다.


그럼 굳이 상대 안 한다.


그게 피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직장을 대략 3군데 다녀본 결과


직장에선 표면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게 또 오래가는 법이다.


보통 신학기, 새내기, 초반에는 너도 나도 적응하기 위해 많이들 애쓰지만


함께 오래 같이 일하다 보면 일로 만난 사이들은 일이 틀어졌을 때


친했던 거와는 무관하게 금방 갈라서기도 한다.


그리고 친해질수록 즉, 개인적인, 사적인얘기를 많이 나눌수록


정작 직장에서 필요한 말들 (예 : 업무적 소통, 지시, 논의) 들을 꺼내기 어려워하고


친하니까. 대충.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또는 술도 먹고 밥도 먹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러한 마음들이 조직을 해이하게 만든다.


그러니 어느 정도 선을 두고 대하는 게 맞고.


함께 일했던 팀장님은 퇴사할 때쯤 돼서야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시려 했던 분도 계셨다.


명심할 건, 관계주의냐 일중 심이냐.


근데 직장에선 관계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은 꼭 문제가 나기 마련이니


일 중심이 먼저고, 그러려면 너무 친해지지 마라.


친해지는 게 잘 못된 게 아니라 앞에 "너무"가 붙었다는 걸 잊지 말자.


나도 사회초년생땐 다 같이 친했다.


중간 연차쯤 되면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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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거의 반짝하게 닦아두는데


참, 이게 유지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돌아서서 다른 곳 청소하고 오면 금방 지저분해 보인다.


그래서 지저분할 때만 보는 사람은


청소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열심히 할 때만 마주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내가 든 생각은


이러나저러나 그냥 묵묵히 하면 그만이지


모두의 입맛을 맞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좌변기 닦는 건 알겠는데


남자 소변기는 어떤 세제로 할지가 요즘 고민이다.



여지는 좌변기 하나면 끝나는데


남자는 서서보는 소변기까지 챙겨야 한다.


청소를 해보고 든 생각은


확실히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는 것.


주로 내 메인 장소는 화장실인데 나머지 공간은 금방 끝낸다.


아직 3주도 안 됐고,


3년 하고 나면 건설 현장 청소보다는 수월하려나 싶다.



흙이 시시때때로 생기는 특수한 곳.


뒤돌아서면 보이는 흙.


태어나서 흙을 가장 많이 보는데


여기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전공해서 왔고,


나는 건축에 기역자도 모르지만


그냥 신기할 뿐이다.



허허벌판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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