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by 울산의 카프카

집 앞 슈퍼마켓에 가기 전 모자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탈모 전에도 머리를 감기 전에는 모자를 쓰고 나갔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모자를 찾지 못하자 문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나를 발견했을 때는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3분 거리, 그 3분 거리도 모자가 없으면 나갈 수 없을 만큼 나는 나를 부끄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탈모라는 것을 알았으면 그것을 감추고 걱정하고 또 부끄러워하기보다 치유하고 극복해야지, 왜 자꾸 도망치려고만 하는가. 어떤 어려움이든 남자답게 자신감 하나로 해결해왔던 나였지 않은가. 이대로 무너지면 진정 끝날지도 모른다.


불현듯 찾아온 자기반성과 위기감은 내게 탈모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도전의식을 심어주었다. 내 나이 스물셋.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고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생로병사의 비밀을 밝혀가고 있는 최첨단의 과학문명의 시대가 아닌가. 지금껏 인류는 인류를 위협했던 수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또 정복해 왔다! 나는 할 수 있다. 아니, 발전된 시대와 그리고 인류의 위대한 정신은 인류의 재앙이자 가엾은 어린양 에게 불현듯 찾아온 탈모를 치유하고 평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탈모와의 전쟁.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탈모와 현재의 내 상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각종 치유법과 민간요법, 모발 제품 등을 특징별로 구분하고 조사했으며 사용자 후기까지도 읽으며 연구했다. 그 후 현재의 내 두피와 모발 상황에 적합한 샴푸 및 의약품, 발모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했고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은 두피 자극법과 모발 관리법을 활용했다. 지금껏 살면서 무언가에 대해 이토록 열망하고 노력한 적은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서울대로 가는 주문이라며 가르쳐 준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를 난 스물셋에 탈모 탈출을 위한 주문으로 활용했다.


한 달, 두 달, 석 달.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욱더 대머리가 되어 갔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새로운 머리가 나기 위한, 정상 머리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시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처럼 나를 저버렸다. 탈모 치료 반년 후 나는 이제 두 눈으로 정수리에 나 있는 머리카락을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후 나는 발모에 미쳐버렸다. ‘반드시 납니다’라는 문구만 보면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었고 한 번에 수십 만원 하는 탈모 치료를 수 차례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머리카락은 쉴 새 없이 빠졌고 비어 가는 머리숱만큼 내 통장도 무리한 탈모 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비어만 갔다. 그리고 탈모 치료 도전 1년 후 나는 빈털터리에 완벽한 탈모 환자, 대머리가 되었다. 탈모는 불치병이었고 그래서 나의 도전은 완전하게 실패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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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모자를 쓰기 위한 걸이였던, 마징가Z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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