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내려놓기

by 여온빛

하나의 밀알이 썩어서 숲이 되고


쌀 한 톨의 형태가 없어져 떡이 되고


촛불의 심지가 태워져 빛이 되고


부모가 희생하여 진실된 자녀를 만드는 법인데


나는 오늘도 삐져나온 실 한 오라기처럼 살았구나


나를 주장하고

나의 미성숙한 감정을 삐죽 내세웠구나


나도 숲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양식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고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싶다


나를 내려놓자


썩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밀알 같은 사람


내 형태를 주장하지 않는

쌀 한 톨 같은 사람


나를 희생할 수 있는

촛불의 심지 같은 사람


그러면

나도 이 세상에

진실된 열매 하나는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사람

될 수 있겠지




keyword
이전 09화사이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