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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살린 영웅 곤줄박이

by 여온빛

실바람 한 줄기에 바르르 떨어질 것 같이

가느다란 어느 날,


이제 막 꺼지려는 촛불처럼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노그라지던 어느 날,




처마아래 찾아온 노래하는 봄의 전령사,

곤줄박이




너는 꺼져가는 내 마음처럼 까맣다고 곤줄박이라지만


너의 풍성한 깃털은 처마 그늘도 가리지 못해서 반짝반짝 빛나는구나


너의 뺨은 내가 가지고 싶은

하얀 희망의 빛을 담고 있구나


너의 가슴은 내일을 기약하고 넘어가는 붉은 태양의 열정으로 빛나고 있구나




너의 두 눈은 빛나는 맑은 별과 같고


너의 목소리는 희망의 새 소식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 같고


너의 은빛 섬광으로 빛나는 두 날개의

날갯짓은 기쁨의 춤을 권하는 춤사위 같구나




잎새달 다음 희망을 낳기 위해 날아온

희망의 전령사



썩어가는 처마 틈새를 뚫고 고개를 내민

가느다란 아기 풀새싹처럼

까맣게 썩어가는 내 마음에도

너의 볼처럼 하얀 희망 씨앗이 자라고 있다고


어둠이 지나면 반짝이는 내일이 온다고

약속하고 간 붉은 석양을 기억하라고 왔구나


순결한 너의 두 눈처럼 나의 내일도

하얀 도화지처럼 다시 시작할 거라고


새하얀 내일을 기념하는 개회곡을 불러주고

같이 기쁨의 왈츠를 추자고 온 넌



나를 살린 영웅

봄의 전령사

곤 줄 박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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