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밀알이 썩어서 숲이 되고
쌀 한 톨의 형태가 없어져 떡이 되고
촛불의 심지가 태워져 빛이 되고
부모가 희생하여 진실된 자녀를 만드는 법인데
나는 오늘도 삐져나온 실 한 오라기처럼 살았구나
나를 주장하고
나의 미성숙한 감정을 삐죽 내세웠구나
나도 숲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양식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고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싶다
나를 내려놓자
썩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밀알 같은 사람
내 형태를 주장하지 않는
쌀 한 톨 같은 사람
나를 희생할 수 있는
촛불의 심지 같은 사람
그러면
나도 이 세상에
진실된 열매 하나는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사람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