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프로이트가 발표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우리는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잠정적인 생각이 아마도 언젠가는 기질적인 문제에 기초를 두고 있음이 밝혀질 것을 예상해야만 한다.”-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00년대 후반기에 처음으로 신경계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현미경을 이용한 기술, 그리고 새롭게 개발된 염색기술의 발전은 신경세포를 발견하게 하였고, 이들이 신경연접부(synapse)를 통해 교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하였다.
신경연접부의 존재는 신경계가 단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라, 개별적인 처리과정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성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인간이 이런 신경세포를 다른 생명체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다윈의 생각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이 무렵에 베르니케 (Wernick)와 브로카(Broca)는 뇌의 특정 영역이 언어의 다른 측면을 담당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신경연접부를 통한 신경전달과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각각 특정한 기능을 담당한다는 국소화 개념을 동시에 신경해부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뇌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인 기반을 제공하였다.
다윈, 샤르코, 그리고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신경 영역 연구가 가능해진 사실에 의해 고무된 프로이트는 과학적 심리학을 위한 프로젝트(The Project for a Scientific Psychology)」(Freud, 1968)라는 논문을 작성하였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의 의식적 행동과 무의식적 행동은 뇌의 신경구조에 의해 조직화되고 저장된다고 가정하였다. 그는 이 논문의 한 부분으로 인간의 충동, 행동 및 심리적 방어를 나타내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신경세포들에 대한 간단한 그림을 그렸다. 프로이트는 이런 그림에서 욕동, 감각기관 및 억제기전 간의 상호작용을 묘사하였다.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마음의 신경생물학적 모델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이러한 그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는 신경계의 이해에 기초한 심리학에 대한 자신의 꿈이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것이며, 그 당시의 종교적 신념이나 의학적 정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런 이유와 또 다른 이유로 그가 죽기 전까지 이 프로젝트의 발간을 미루어 두게 된다.(21-22쪽)
프로이트가 수행하려던 프로젝트를 미리 수행하여 이제까지 발견된 놔의 구조와 기능을 간략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금 길지만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자료를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그러나 세세한 내용을 알기 번거로우면 지나가기 바란다.
인간의 뇌는 크게 뇌간, 소뇌, 대뇌로 나누는데, 뇌간이 가장 먼저, 대뇌가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고 여겨진다.
뇌를 구분하고 그 기능을 말함에 있어서 우리가 주의할 점은 편의상 나누어서 이야기하지만 뇌의 각 부분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 부분이 어떤 한 기능을 전담한다고 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뇌의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뇌의 다른 부분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뇌간은 뇌의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부분으로 척수가 확대 팽창해서 생겼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뇌간의 무게는 약 200g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일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
뇌간의 가장 아래쪽인 연수 부분은 호흡과 심장 운동을 조절하는 생명 중추가 있다. 그 외에도 혈관의 수축과 이완, 하품, 기침, 재채기, 구토 등의 반사 작용도 뇌간에서 이루어진다. 연수 위에 있는 뇌교는 온몸의 신경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전달하고 두 개의 소뇌 사이의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중뇌는 뇌간의 가장 앞쪽에 해당하는 곳으로 중뇌의 앞에는 시상과 시상하부라 불리는 곳이 존재한다.
시상은 두 개의 작은 타원형 모양이고, 이것이 좌우 대뇌반구에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시각, 청각, 피부 감각 등의 주요 감각계가 바로 시상을 거쳐서 대뇌 피질로 이어지게 된다. 시상하부는 대뇌 아랫 부분과와 시상, 중뇌의 교차점에 존재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콩알만한 크기에 4g에 불과한 조직이지만 자율 신경의 중추가 모여있어서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와 인접해 있는데, 시상하부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뇌하수체의 기능을 통제할 뿐 아니라, 뇌하수체 호르몬과 함께 우리 온몸의 호르몬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우리 몸의 호르몬 중에서 우두머리 격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뇌나 소뇌는 어느 정도의 손상이 있더라도 그 손상이 죽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반면에 뇌간의 손상은 바로 죽음과 연결된다. 뇌간에 출혈이 일어나거나 아주 작은 상처가 나더라도 우리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반면에 대뇌, 소뇌의 기능이 마비되었으나 뇌간의 기능이 살아있어 호흡과 심장박동은 정상적으로 유지되어 살아 있는 경우, 우리는 ‘식물인간’이라고 부른다. 소뇌는 뇌간의 뒤쪽으로 좌, 우 한쌍으로 붙어있는 뇌로서 뇌 전체 무게 중에서 10%를 차지하는 200g 정도이다. 매우 깊게 주름이 지어져 있는 이곳에는 몸의 평형을 유지하고 공간 운동을 조절하는 중추가 존재한다.
조건 반사와 감각 기관의 활동도 조정하고, 대뇌만큼은 아니지만, 간단한 학습, 기억 기능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 실험에서 소뇌를 제거한 동물은 움직임을 연결하는 과정에 심한 장애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뇌는 가장 나중에 생긴 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뇌가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된다. 포유동물의 등장과 함께 진화해서 발달했기 때문에 대뇌를 ‘포유동물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뇌의 여러 부위 중에서 가장 안쪽에 있어 뇌간과 연결되어 있는 부위를 시상, 시상하부 등의 기관을 포함하여 ‘변연계’라고 부른다. 이 부위는 체온, 혈압, 심박, 혈당과 같은 자율 기능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공포, 분노, 쾌락과 같은 본능적인 정서에 관여한다. 즉 공포를 느낄 때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땀이 나는 것이 바로 변연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바이오리듬을 조절하는 중추이며 식욕과 성욕과 같은 기본 욕구에도 관여한다. 때문에 이곳을 손상입은 동물들에게서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 모습, 공포를 느끼지 않는 모습, 타종의 동물이나 인형 등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려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대뇌의 가장 바깥쪽 부위는 대뇌피질이다. 좁은 두개골 안에 많은 신경세포를 담기 위해서 주름이 잡혀있다. 그 두께는 2-5mm 정도이며 주름을 펴서 펼쳐놓았을 때 신문지 한 장 정도에 해당하는 넓이인데, 그 안에 백억에서 이백억 개의 신경 세포가 존재한다. 이곳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예술 활동이 시작된 시기도 대뇌피질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 대뇌피질은 기능에 따라서 크게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의 네 부분으로 나뉘게 된다.
이 중 전두엽은 앞쪽에 존재하는 가장 넓은 부위로 계획을 세우고, 의사 결정을 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등의 사고를 주관하는 부위이다. 이곳이 손상될 경우 계획을 세우는 등의 복잡한 사고가 불가능해지며, 창조적인 활동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전두엽은 1차적인 본능적 정서로부터 2차적인 정서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공포, 분노, 쾌락 등의 정서가 1차적인 본능적 정서라면, 기쁨, 슬픔, 동정심 등의 정서가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고차원적인 정서이다. 인간 이외에 영장류는 일차적인 정서는 가지고 있으나 고차원적인 감정은 미비하다.
두정엽은 정수리 부분에 있는 부위로서, 이곳에는 인체의 해당 기관에 운동 명령을 내리는 운동령과 감각령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손과 발, 혀와 입술, 허리 등 다양한 부위의 운동을 담당하게 되는데, 인간의 경우에 손과 언어 소통과 관련된 운동 부위가 차지하는 넓이가 상대적으로 넓어서 인간이 하는 활동 중에서 손으로 만드는 창조적인 행위나 언어활동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두정엽은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들을 조합하는 역할을 한다. 문자와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으로 조합하여 생각이나 의미들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측두엽은 뇌의 좌우측에 존재하는 부위로서 이곳에는 청각과 균형 감각 등을 관장하는 중추가 있다. 이곳에는 우표 크기만 한 청각 중추가 존재하하며, 인지와 기억 공간 인지 등도 이곳과 관련이 있다. 이 부위가 손상을 입었을 때 환각이나 기억 장애, 실어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측두엽을 전기로 자극했을 때 동시에 두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환각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도 경험하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출처:한국과학문화재단 사이언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