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치료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당신이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에픽테토스(Epictetus)
인지치료는 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개인의 생각, 판단 및 신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지치료는 부정적인 생각, 왜곡된 판단 및 잘못된 신념이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지치료는 궁극적으로 정동조절을 향상하도록 하기 위해 역기능적인 생각(dysfunctional thoughts)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al therapy: CBT)의 일차적인 대상은 우울, 불안, 강박장애, 공포증 및 공황장애였다.
우울증 환자는 세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상황을 무시하고, 세부적인 것에만 매달리며, 중립적인 말이나 사건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우울증적 생각에는 과거에 많은 성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예상하는 것, 주변에 많은 친구와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포함된다. 인지치료에서는 환자에게 이런 왜곡된 생각에 대해 교육을 하고, 반사적으로 나오는 부정적인 말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된 자기 대화(self-talk)와 현실 검증(realitytesting)을 시도하도록 격려한다.
불안장애에서는 두려움이 환자의 삶을 조직화하고 통제한다. 높은 수준의 불안은 합리적인 인지적 처리과정을 억제하고 왜곡한다. 이런 환자에 대한 인지적 중재에는 심장 두근거림, 호흡 곤란, 손에 땀이 나는 것과 같은 불안의 생리적인 증상들에 대한 교육이 흔히 포함된다. 이들 환자는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것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육받는다.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을 이해시키면 일반적으로 불안을 증가시키는 재앙화(catastrophic) 경향성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공포증(phobia) 또는 외상 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정신교육(psychoeducation)이 노출(exposure) 및 반응방지 (response prevention)와 함께 사용되는데, 환자는 두려워하는 자극(예, 바깥으로 나가 보거나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안전한 집으로 돌아오거나 생각을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로 직면하게 된다. 노출은 대개 생리적 각성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이완훈련(relaxationtraining)과 함께 짝을 이루어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된다. (60-61 쪽)
에픽테토스는 노예출신 스토아 철학자로서 인간이 처한 상황보다 선택의 주체인 인간의 의지를 강조함으로 부정적 인지를 긍정적 인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선악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의해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인지치료 혹은 인지행동치료(CBT)는 대개 상황이 만든 생각 곧 인지가 감성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가정 아래 우리의 인지를 상담이나 이완요법을 통해 왜곡된 인지를 정상적인 인지의 상태로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황장애의 일반적 증상은 심장박동의 빨라짐과 곧 죽을 것 같은 느낌, 숨 쉬기 어려움 등인데 상담자는 대체로 내담자에게 심호흡과 동시에 규칙적 호흡, 긴장이완을 위한 스트레칭과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지와 처방된 약의 규칙적 복용을 권유한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는 환자가 우려하는 극단적 상황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 땅이 무너지거나 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거나 암에 걸리거나, 걸렸다고 곧 죽을 수도 없다. 인간의 삶은 길게 사나 짧게 사나 결국은 죽음으로 간다. 그러나 PTSD 환자는 신체적/심리적 상처를 지속적으로 안고 불안에 떤다. 그의 뇌 안에는 어떤 생화학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인지치료를 하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의 대사균형 (metabolic balance)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예를 들면, 우울증의 증상은 앞이마엽겉질 내의 활성도의 불균형 - 왼쪽이 덜 활성화되어 있고 오른쪽이 더 활성화되어 있다-과 연관이 있다.
이런 결과는 정신건강이 신경망의 적절한 균형과 상관이 있다는 가설을 지지해 준다. 강박장애의 증상은 이마엽겉질의 안쪽(중간) 부분 및 꼬리핵(caudate nucleus)이라 불리는 겉질밑 구조의 활성도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외상 후 플래시백(posttraumatic flashbacks)과 높은 각성 상태는 오른쪽 둘레(limbic) 및 안쪽 이마엽의 높은 활성도와 연관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높은 각성은 또한 왼쪽 대뇌반구에 있는 표현언어중추(expressive language centers)의 대사 감소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종류의 치료법 중에서 성공적인 인지행동치료와 뇌기능의 변화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이 발견되었다. 제2장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강박장애와 우울증 모두에서 공적인 정신치료 후에 뇌 기능과 증상의 변화가 발견되었다.
이런 발견은 치료자가 신경망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인지를 사용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결과인데, 이런 신경망 사이의 관계 변화는 신경망활성과 억제의 균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루어진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의식적인 조절을 통해 겉질의 활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여 왼쪽 겉질의 처리과정은 증가시키는 반면, 오른쪽 대뇌반구의 균형과 겉질밑 활성도는 억제하고 조절한다. 두 대뇌반구 사이의 조절과 하향식 조절의 재정립은 오른쪽 대뇌반구와 겉질우위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하게 만들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효과를 줄여 주어 긍정적인 태도와 안전한 느낌을 증가시켜 준다.
비록 인지행동치료가 협력적이고 지지적인 대인관계 상황에서 실행되지만, 로저스학파나 정신역동적 접근법에서는 치료적 관계에 대해 덜 강조한다. 우울증과 불안환자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적 접근법이 가지는 효과는 정동장애의 치료에 겉질의 집행구조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깊은 감정적 연결은 치료자로 하여금 조절불능 상태를 조율하게 해 주며, 환자의 우울, 불안 및 공황 상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런 감정 등에 대한 감정적 조율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치료적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생각에 도전하고 새로운 행동을 격려하는 것이 흔히 공감 하나로만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적인 과정에 더 도움이 된다. 인지행동치료의 구조적인 측면은 부정적인 정동의 힘으로부터 치료자와 환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61-62 쪽)
뇌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시각화할 수 있는 기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장애와 뇌 구조 안에서의 생화학적이고, 전기 신호적 반응과의 연관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환원주의적 전제이지만 뉴런과 시냅스 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상담/약물 치료가 뇌 안의 현상을 기초로 진행된다면 날로 증가하는 정신과 질환자들의 치유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의존했던 고대인의 지혜가 새로운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뇌과학이 확증해 준다면 인류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란 말이나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디모데전서 6:7 )란 말을 생의 출발과 끝으로 안다면 뇌 안에서 일어나는 섬광과 같은 전기폭풍은 우리의 왜곡된 신경세포나 시냅스를 새로운 세포와 망으로 대체하여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