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쉽게 관계를 포기하는 사람

쉽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사람

by 사못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보다 이미 맺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수백 배는 더 힘이 든다.


이 사실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계에 시간이 더해지며 우리는 상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늘어난다.

그냥 살다 보니 이 시간이 흘러있었다는 말은 이상적이다.

그 속에는 남모르는 사소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신뢰가 함께 했기에 우리는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쉽게 관계를 포기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노력하여 대화를 청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부정적인 답변만 늘어놓는다.

진정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싫은 것일까?

상대를 수많은 고민과 맞닥뜨리는 그 행동은 얼핏 보면 무심하고 나쁘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내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관계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을 대표할 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변명을 들어보겠는가?


1. 이미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아주 예의 있게 간접적으로.

나는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편이다.

기본적인 예의를 잘 지킨다.

연락도 잘하고, 공감도 잘하며, 사과도 곧잘 한다.

가끔 불편한 순간을 마주해도 상대의 의도완 다른 행동 혹은 말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넘긴다.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정중한 표현과 비유, 때로는 재치를 곁들여 말한다. 직설적이지는 않다.

상대방은 나의 용기 낸 발언을 제대로 이해한 지는 모르겠다.

상대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가볍게 넘긴다.

때로는 너무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나는 다시 입을 닫는다.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러면 난 참지 않을 테야.'

한 번 더 그 일이 일어나고 관계를 포기한다.


상대가 대화를 요청할 때도 있었지만, 이미 마음을 닫은 후에는 입도 다시 열리지 않는다.

적당한 말을 둘러대며, 관계를 포기한다.


2. 조금만 상처받고 싶기 때문에 마음을 미리 닫는다.

사이좋은 친구와 함께 지내다가도 나는 가끔 절연을 생각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마치 달팽이처럼 조금의 접촉으로도 나의 껍데기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는 것이다.

때로는 저주와 같은 주문을 되뇐다.

'우린 어차피 헤어질 거야.'

'사실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니었어.'

'우린 정말 달라.'

이 주문이 저주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조금의 갈등으로도 그 관계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나의 마음이 편하자고 되뇌는 주문인데, 결국 이 관계의 존속을 끊는다.


하지만 괜찮은 것 같다.

나의 마음은 평소부터 상상 이별로 단련되어 있었고, 그 상황이 닥친 것일 뿐이다.

운동 경기의 심판처럼 그 상황이 벌어지자마자 이 판단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시간을 걸쳐 '상대와 맞지 않는 부분', '끝이 보이는 관계' 그리고 '상대의 단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을 내릴 때는 분노 혹은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내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하며 딱히 후회하지 않는다.


3. 쉽게 관계를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를 할까?

내 경험상, 반반이다.


3.1 후회한다.

내가 쉽게 마음을 닫아버린 친구와 조금 더 오랜 기간 동안 관계를 이어나갔다면 나는 좀 더 달라졌을 것이다.

대인관계 능력이 지금보다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에 떨쳐내 버렸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두 번이었고,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았기에 손을 놔 버린 것이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까?

모르겠다.


후회하는 순간도 있다.

오래된 친구, 연인,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수많은 갈등과 화합을 반복하며 견고한 관계를 만들어간 사람들이 대단하다.

나도 언젠간 그런 관계를 맺고 싶다.

지금도 나름 오래된 관계를 여러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노력해 봐야겠다.

미래는 모르지만 말이다.


3.2 후회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관계를 꾸준히 이어나갔더라면,

조금 더 다투더라도 억울한 감정을 견뎌내며 며칠이라도 더 존속했다면,

하다못해 피하느라 급급해하지 못했던 나의 분노의 말이라도 내뱉었다면,

달라졌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그들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낸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4. 어차피 끝난걸 뭐 어쩌겠는가?

애석하게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관계는 되돌릴 수 있을까?

지난날에 헤어진 관계들을 생각하며 다시 연락을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연락을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상대가 방어적이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상처받기 싫은 만큼 상대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못한 말이 많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 진짜 그때 별로였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

지나간, 이미 어긋난, 이미 내가 떠나버린 관계에 미련을 품고 시간을 돌릴 궁리를 하기보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심하게 대하는 지금의 삶의 동료들을 챙겨야 한다.

이 마음가짐이야말로 쉽게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뒤돌아보면 오랜 기간 맺어온 소중한 관계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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