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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19. 2024

행운을 주고 싶었어.

생일 파티,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

24.06.14(금)

"생일 축하합니다. 나형"


오늘은 나형이와 생일 파티를 하는 날. 나형이를 알게 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꽤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편한 사이가 된 것 같다. 둘의 생일이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아 보름 만에 두 번의 생일파티를 하는 바람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는 듯했다. 그렇게 오늘은 두 번째 생일파티, 삼겹살에 소주를 먹기로 했다.


약속 시간까지 딱히 하는 것 없이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나형이 집을 잠시 들려서 생일 선물로 신발을 문 앞에 두고 갔었다. 식단 중인 나형이에게 케이크는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신발로 결정했지만 조금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신발을 받은 나형이는 오늘 밥을 본인이 사게 해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지. 약속 장소로 가면서 복권을 하나 샀다. 행운을 주고 싶은 마음에 고른 두 번째 선물, 아트박스에 들려 복권에 낙서를 조금 해놨다. 룰루랄라 들뜬 마음으로 나형이를 만났다.


어떤 말을 하면서 줄지 고민을 한 참을 했지만 역시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몇 가지 생각해 둔 멘트는 온데간데없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복권을 내밀면서 건넨 말은 이랬다.


"두 번째 생일 선물이야. 1등 될 거니까 뭐 살지 생각하자."


오글거리는 말들은 역시 입 밖으로 표출되기가 어렵다. 그런 말들은 글에서 사용하는 걸로 하자. 여기에 기록으로 하나 남겨볼까.


"생일 축하해, 나형. 행운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복권을 좀 사 왔어. 두 번째 생일 선물이야."


그나마 무난한 문장을 준비해 봤다. 나에게 무드나 그럴듯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살면서 준비했던 대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에 그냥 오늘도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맛있다고 극찬을 한 삼겹살 집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실내 분위기까지 맛없으면 내 입이 문제가 있을 것만 같았다. 둘 다 너무 배가 고팠고 고민할 시간 없이 바로 주문을 이어갔다.


"사장님, 삼겹살 3인분에 한라산 21도 하나 주세요."


제주도에 가기 전에 사전 연습을 좀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라산을 시켰다. 아쉽게도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나형이의 말에 17도가 아닌 21도를 선택했다. 혼자 마셔봤자 한 병정도일테니 말이다. 메뉴가 하나 둘 나오며 점점 배는 고파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배가 고픈데 또 먹고 싶다.) 직접 고기를 다 구워주고 친절한 설명과 훈훈한 직원의 말이 우리의 생일 파티에 기쁨 한 스푼을 더 얹는 기분이었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갑자기 소주를 먹겠다는 나형이. 조금만 마신다며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했다. 또 시작됐다. 어느새 술병은 늘어나고 우리는 4병을 먹어버렸네 결국. 지후와 동급이야 정말. 늘 소주 한 병 더를 외치는 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순간들.


술을 마시며 나눴던 대화 내용들이 기억이 흐릿하다. 오늘은 조금 한라산의 영향이었을까 오늘의 분위기 탓이었을까. 평소보다 조금 더 취하는 기분으로 마신 술자리였다. 그래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


"나 나형이 좋아해."


이 말에 당황에 하는 표정은 선명하다. 요즘 나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 없었다면 외로움으로 가득했을 나의 시간에 들어와 순간마다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 부연 설명으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거두게 했다. 술이 더해준 용기였을까. 조금 오글거리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사진처럼 내 기억 어딘가에 잘 저장되어 있으면 좋겠다. 나중에 좋은 추억으로 꺼내 볼 수 있게.


결국 술 값은 나형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결제를 해버렸다. 그게 너의 마음이 편하다면,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내가 사면되니까 자연스럽게 흘러 보내기로 했다. 우리에게 다음은 있다는 생각이 나에겐 너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순간이 된다. 다음에 또 술 한 잔 하자.


P.S

2차를 가자고 했지만 다행히도 주변에 2차를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편의점에서라도 먹자는 말에 편의점으로 향했고 술이 아닌 게토레이를 골랐다. 여기서 더 먹었다가는 조금 위험할 것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나형이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꿈일까? 뭐지? 어? 꿈이겠지?"


그렇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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