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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21. 2024

나는 지금 제주도에 있다.

무언가에 끌려다니고 있다.

24.06.16(일)

제주도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 있다. 하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여행을 목적으로 오기보다는 그저 생각을 하자는 마음으로 왔기에 관광보다는 그저 몸이 가는 데로 가고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다. 생각에도 주제가 필요할까. 그냥 멍하니 있으니 생각다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져 노트북을 펼쳤다. 끄적끄적 적다 보면 무슨 생각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지금 무지 피곤하다. 아까 잠깐 누워있다 잠들 뻔했을 정도이니 꽤 피곤한 것 같다.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해는 지고 있지만 아직 어둠은 찾아오지 않은 저녁, 이 시간을 그냥 잠으로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정이기에 맥주 한 잔과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패스파인더에서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도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 속에 유일하게 육지 사람은 나 혼자였다.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육지에서 왔다는 것을. 그저 도민 중에 한 명이었으리라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였다.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 익숙함이 묻어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꽤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크가 나에게 넘어오기도 전부터 떨림이 온몸에 느껴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내가 원래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많은 긴장을 했었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떨림과는 다르게 마음은 편안했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느껴서일까. 이제는 술자리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거나 사교모임 같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 건 나에게 불편함으로 느껴진 지 오래됐다. 긴장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곳을 찾았다는 기쁨에서 오는 긴장감.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느끼는 그런 긴장감과 같은 결이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 나 정말 좋아하는 걸 찾은 것 같구나.

작가님과 나눴던 대화에 나의 솔직함을 말할 수 있었던 순간. 조금 부끄럽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의 실패했던 인생이 어쩌면 감사한 실패라는 생각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나의 실패했던 인생이 나를 성공의 길의 초석이 됨을 믿는다.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얻은 나의 찬란한 슬픔, 그 빛이 나의 길을 밝히고 있기에 나는 지금 이곳 제주도에 있다. 남은 계획 없는 일정에도 나는 무언가에 끌려 다닐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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