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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23. 2024

하고 싶은데로 하자

흘러가는 데로

24.06.18(화)

집으로 돌아가는 날. 특별한 일정 없이 아침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자야지 생각했지만 씻기로 마음을 바꿨다. 부지런히 씻고 버스를 타러 나갔다. 아, 역시나 엄청난 배차 간격에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걸으면 또 하루 종일 걸어야겠지만 그래도 걷고 싶었다. 그냥 골목길로 걸어가고 싶었다. 뭐 한 시간 정도 또 걸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돌아가는 날이라고 날씨가 이렇게 좋기 있기 없기? 아쉬운 마음이지만 더운 날씨에 왜 걸었을까라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걸어도 걸어도 정말 끝이 없는 이 길을 걸었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이곳에는 도민들의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옥수수 수확시기가 다가오는지 옥수수 판매 배너들과 옥수수가 잔뜩 보였다. 이 집 저 집 멀직히 떨어져 구경도 하면서 걸었다. 제일 신기한 건 벽화 마을처럼 곳곳에 벽화와 글들이 적혀있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말들을 보면 자리에 멈춰 사진도 찍고 잠시 생각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빈틈 있는 너라도 쉴 틈 없이 좋아할래"

빈틈 투성이인 나라서 그럴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한눈에 반해버릴 것 같은 멘트였다. 잘 기억해 놔야지. 곳곳에 글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비록 더워 죽는 줄 알았지만 잘했다는 생각으로 목적지까지 웃으며 걸을 수 있었던 순간들. 정해져 있지 않는 길에서 얻는 기쁨이란 더 값진 기쁨이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닫는 순이었다.


우연히 시작했던 나의 이번 제주도 일정. 패스파인더라는 시작점만 있고 아무 계획 없던 2박 3일간의 일정 속에서 난 무엇을 얻었을까. 목적이 없던 일정이었기에 무언가 얻었는지 얻지 못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내가 이곳에 왔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원했던 순간이었기에 더욱 말이다.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시간을 그냥 보냈던 이 순간들 속에서 분명 얻은 게 있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무얼 얻었고 그걸 통해 또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싶지 않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좋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큰 계획 없이 이 흐름에 나의 삶을 맡겨보려 한다. 열심히 살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데로.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목적지이지 않을까.


오늘도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으니까.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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