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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25. 2024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걸까

운명일까 필연일까

24.06.20(목)

뒹굴거리는 것도 좀 지친다. 슬슬 일자리를 좀 찾아볼까 하고 구인 사이트를 슬쩍 기웃거렸다. 아직 딱히 하고 싶다고 확실히 정한 건 없지만 보다 보면 좀 띠용(?)하고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 요즘은 이렇게 흘러가는 삶이 나에게 딱이었다. 가벼운 마음이 날 더 여유롭게 만들어주니까.

조금 뒤적거리다 배가 고파졌다. 백수 인생 밥 먹는 게 제일 귀찮다. 일할 땐 밥이라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 살이 점점 더 빠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 내 몸은 규칙적인 삶은 원하는데 나는 정반대의 삶을 좋아하니 내 몸은 주인을 잘못 만나 34년째 고생 중이구나. 아, 군대 있을 때는 행복했겠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고민고민하다 사치 좀 부려볼까, 지지고 누들과 라이스 둘 다 먹기로 결정. 너무 덥지만 후다닥 포장해서 먹기로 했다. 글을 쓰는 지금 입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맛도리! 하지만 이것만 먹고살면 영양소 부족으로 오래 살지는 못할 거야.


누들은 남으면 불어버리니까 누들 먼저 호로록했다. 역시 난 다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역시였다. 라이스가 반이 넘게 남았으니 말이다. 배도 부르고 다시 구인 사이트를 구경했다. 그러다 정말 띠용(?)이 찾아왔다. 이거다, 이거 느낌이 있다. 이 이유 없는 끌림, 나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점 같았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이력에서 약간의 수정을 해 바로 지원을 넣었다.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안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순간이었다.


지원을 마치고 여윤이 가시지를 않았다. 그래서 어떤 회사인지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 회사를 이루고 있는 키워드 하나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의 집합이었다. 마치 운명을 마주한 듯 어쩌면 그냥 나 스스로 끼워 맞추는 것 같은 순간을 즐기면서 여윤을 설렘으로 바꿔버렸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이 하나 왔다.


“안녕하세요. 면접제안 드리고자 이렇게 연락드렸는데, 내일이나 월요일 면접 괜찮은 일정 있으신가요?”


빠른 연락에 놀랐지만 놀라움보다는 기쁜 순간이었다. 면접 일정을 잡고 면접 복장에 대해 전달을 받았다. 하지만 자취방에는 면접 때 입을 수 있는 옷이 하나도 없었다. 새로 옷을 살까 잠시 고민했지만 정장, 셔츠, 구두, 넥타이 뭐 다 사야 하니 그냥 집을 갔다 오는 게 속 편하겠다 싶었다. 평소에 참 편하게 입고 사는 나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면접이라, 면접다운 면접을 보는 게 얼마만일까. 설렘과 걱정 그보다 두려움이 좀 더 앞섰을까. 일단은 덮어 놓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지금 두려운 생각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어쩌면 모든 게 정해져 있는 길을 가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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