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사람들만
이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벌이지
그래서 우리의 방언에는
대못을 닮은 억양이 생겨나는 걸까
수면처럼 낮게 깔려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정겹게 고여 있는 느낌이야.
먼 곳으로 갈 수 없는 오리배를 젓는 기분
부표로 만들어진 경계선까지 금세 도달했다가
다시 돌아와 무료하게 맴도는 기분
서울이 아름다운 건
우리가 없기 때문일까.
흘러서 닿지 못하는 우리는
못 아래 켜켜이 쌓여
침묵하는 바닥처럼
할 말을 잃어 가며 살게 되겠지.
못 주위로 무성한 풀들처럼
이름 없이 모여서 우글거리면서
아침마다 못 주위로 깔리는
개 같은, 안개 같은 막막함,
최소한의 생만 이곳에서 서식할 수 있어.
나쁘지는 않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노을을 닮은 제육볶음을 두고
온 가족이 모여드는 둥근 밥상은
침묵에 능한 수성못을 닮아
조금씩 낡아 가는 얼굴들을 닮아 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