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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Aug 21. 2022

Escape from good & bad

지구별숙제

야옹!

우와 날씨 좋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아주 다이내믹 하구만.


멍멍!

아구구 캬캬캬

날씨가 생쇼를 하는구먼.

뱡향도 카오스 하게 바꾸면서 비가 오고, 미친개 날뛰듯이 바람 부는데 뭐가 좋냐?

난 꾼적 거리고 털이 축축해지고 기분도 다운되는 거 같은데...

넌 참 신기한 고양이 구나.


야옹!

미야우 끼끼끼

총총 온니야.

좋고 싫음으로부터의 탈출을 해봐

그럼 나처럼 항상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내일 맑아지든 흐려지든 상관없이 난 또 행복한 지구별 여행을 할 거야.


하하!

역시 이프닌 대고(대단한 고양이)야.

그런데 좋고 싫음으로부터 탈출을 하면,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항상 좋을 수가 있어?


야옹!

미야우 끼끼끼

좋을 땐 좋은데, 싫을 때는 싫잖아.

감정이 우푹지푹 하니까,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하잖아.

덜컹거리는 길을 가는 것처럼, 몸이 출렁거리듯이 감정도 출렁거려서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좋음과 싫음 중간을 선택했지.

이것을 감정 탈출이라고 해.

좋고 싫음의 중간을 선택해서 살아보니, 이거 또한 너무 지루해서 재미가 없더라고

난 계속 좋음 상태를 유지하기로 한 거야.


멍멍!

아구구 캬캬캬

아 그럼 좋음과 싫음에서 먼저 탈출을 한 다음, 중간 상태의 마음에서 살다가 최종적으로 좋음을 선택하는 거네.

비가 올 때 꾼적 거리는 것도 좋지는 않으나 싫어할 필요도 없네.

어차피 날씨라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거도 아니니까, 글구 지금 비 오는 것은 곧 맑아진다는 신호니까 걍 좋지도 싫지도 않도록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다가, 와우! 비가 오니 참 낭만적이네 하고 즐겨야겠구먼.


야옹!

맞아. 

온니도 해봐.

지구별 여행에서 짜증 날 시간이 없어.

어디서 살든지, 누구랑 살든지, 뭔 일을 하던지, 누구랑 하던지 기쁘게 할 수 있어.

덥다고 짜증내고, 시끄럽다고,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일이 하기 싫다고, 그건 먹기 싫다고,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짜증을 내면 그 존재의 지구별 여행에 마음에 드는 순간은 정말 순간밖에 안 될 거야.


하하!

더워도, 시끄러워도, 일하기 싫어도, 바람 불어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갈 것이니 그 순간에도 즐길 것은 분명히 있으니 그리하면 되겠네.

내가 오래전에 알래스카 매킨리 산 올라갈 때 텐트 같이 쓰는 동료가 코를 드르렁드르렁 심하게 골더라고.

그래서 미리 가져간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집 생각하다가 보니 잠들더라고.

백패킹 할 때 날씨는 후덕 지근 하지, 배낭은 무겁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도 곧 시원한 막걸리 마실 생각하니까 더운 것을 즐기게 되더라고.

너네들 먹거리도 사야 되고, 자동차 바퀴도 갈고, 연료도 넣어야 하고, 금이빨도 수리하고, 여행경비도 마련하고.... 이거 저거 날아오는 고지서도 꽤 많더라고... 약간의 돈도 필요하더라고. 

그런데 이런 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즐거움이 있을 수가 없잖아.

요즘은 새벽에 매일 세 시간씩 잔디 깎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도 듣고, 좋은 이야기도 듣고 하니까 일하는 게 즐거워졌어.

운동도 되고 돈도 좀 생기니까 일석이조야.

곧 찬바람 나면 캠핑도 다니고 여행도 가고 하려는 생각을 하니까 힘도 안 들더라고.


야옹!

그렇당게로.

다음 별로 갈 때 모든 지나간 일들이 순간적으로 스쳐갈 거야.

그때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바로 지구별 여행 중에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짜증 낸 일이야.

별거도 아니고, 즐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거야.

즐거운 것을 즐기는 것은 어떤 존재도 가능해.

즐겁지 않은  시간, 일, 만남, 환경... 도 즐겨야 지구별 숙제를 다 하게 되는 거야.


멍멍!

오잉. 우리 숙제 있어?


야옹!

당근이지.

이곳에서 신나게 즐겁게 의미 있게 보람 있게 보내야 한다고 했잖아.

그게 바로 숙제야.

놀다 오라고 했더니 일만 하다 오거나, 기도만 하다 오거나, 불만만 늘어놓다가 오거나 하면 다음 별로 가기 힘들어.

지구별에 다시 어떤 존재가 되어서 숙제를 마쳐야 돼.


멍멍!

큰일이다.

난 숙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야옹!

미야우 끼끼끼

온니는 숙제 잘 하드만.

개는 개처럼 살면 되는 거야.


멍멍!

하긴 난 언제든지 내게 오는 모든 존재들을 마구마구 반겨주니까.


하하!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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