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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Jul 13. 2024

주말마다 집 보러 다니는 이유

돌보는 사람을 위한 집은 어디인가?

주말마다 동생이랑  보러 다닌다. 아픈 엄마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엄마를 위한 집이 아닌 엄마를 돌보는 사람인 를 위한 집을 찾고 있다. 친척 언니가 아는 부동산에도 부탁해 놓고, 네이버 부동산과 당근 부동산도 찾아보고있다.


일단 지금 집보다는 넓은 집을 원한다. 건강할 때는 집이  좁아도 괜찮았다. 엄마, 아빠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밭농사를 짓느라 겨울 말고는 매일 나간다. 매일 마실을 나간다. 일주일에   정도는 가까이 사는 큰엄마에게 가고, 친척들과  먹으러 나간다. 일주일에 두세  친구들과 모임이 있고, 여행을 다니고,  년에 두어 번은 딸네-우리 집에, 아들네 집에도  있는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면서 우리 모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서로 번갈아 가면서 외출을 하고, 외출을 장려하지만 최소 2, 와상환자인 엄마와 보호자 1인은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한다. 집의 인구 밀도도 높아졌다. 당장 내가 와서 살고 있고, 주말이면 동생과 남편과 딸이 온다. 주말마다 여섯 식구가 북적거리고 지내기에는 지금 엄마 너무 좁다.  


이왕이면 전원주택이면 좋겠다. 환자인 엄마에게 좋아서가 아니다. 간병하다 보면 속이 답답하고 짜증날 때가 많다. 그럴  엘리베이터  타고 그냥 바로 뛰어 가서 사람이 아닌 자연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짜증   정원에 나가서 풀이라도 뽑으면서 마음 달래고, 답답할  동네  바퀴 돌면서 코에 바람을 넣을  있는 동네면 좋겠다. 그런데 그냥 전원주택이 아니라 위중한 환자가 있으니 병원과의 거리, 시내로의 접근성, 휠체어 이동이 자유로운 곳이어야 한다.


본의아니게 까다로워진 우리에게 맞는 집이 있을까? 일단 자금을 대고 주말에만 오게 될 동생과 실생활을 하게  내 생각이 매우 다르다. 같은 부모에게 자라 이렇게 다르다. 동생은 신축 아파트를 선호한다. 편리한 구조, 깨끗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원한다. 나는 괜히 비싸기만 한 신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개성은 뒤로 하더라도 내가 살림하기 편하고, 정원과 텃밭이 어느 정도 있고, 볕이  들고 자연 바람이  부는 남향집에 야외 수돗가가 있는 주택을 원한다.


우리 남매의 생각이 다르다는  확인한  동생이 많이 양보하여 주간병인인 내가 원하는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래도 동생의 돈이 들어가게  거고, 주말마다 오게  동생을 생각하여 동생의 취향과 향후 매매의 용이성을 고려하지 않을  없다. 전원주택 중에서 동생이 원하는 아파트 같은 깨끗하고 편리한 인테리어가  주택을 우선으로 기로 했다.  나이  아빠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아빠는 평생 살아온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다.  동네에 친구들이 많고 걸어서 다닐  있는 편리한 생활권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주간병인으로 살고 있는  뜻이 그렇다면 맞추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빠를 고려하 동네에서 너무 멀지 않은 , 그리고 걸어서 장도 보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오늘만 해도  채의 집을 보았다.  중턱쯤에 위치한 전원주택은 공기가 좋고  트인 전망이 시원하고 좋았는데,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에  많이 오는  지역의 특성상 고생할 것이 뻔히 보여서 탈락. 전통적인 마을에 실용적인 주택으로 지어진 집은 가격이 괜찮고 넓은 텃밭도 좋았는데 옆집과 울타리도 없이 이웃들과 자주 왕래하구조라 내가 불편해서 탈락.  도시에서 가장 세련된 스타일 가격도 비싼 고급 전원주택 단지 내에 주택은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깨끗하고  좋았는데, 마을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고 비탈진 경사 때문에 아빠가 걸어서   있는 곳이 없어서 탈락. 전통적인 옛날 마을 끄트머리 최근에 지어진 세련된 스타일의 집은 층고도 높고, 거실도 크고, 창문도 크고, 하다못해 주방 타일 하나까지  마음에 들었는데, 진입로가 너무 비좁아 소방도로가 없고, 무엇보다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휠체어가 오가기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탈락. 결국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지 못했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재미있는 것은 모두 의견이 다르다는 거다. 나와 동생, 그리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친척 언니 셋이서 집을 보러 다니고 있는데,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다. 한편 당연한 게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중요한 게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무이다. 평수, 구조 등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있고 비교가 쉬운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모든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일치가 더 어렵다.


다녀본 결과 모든 집은 장단점이 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집은 없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원한다면 직접 지어야겠지만, 엄마가 아픈 중에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우리의 집은 어디에 을까? 앞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게 될까? 어떤 집이 우리 가족 모두 안녕과 불행 중의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게 지금 우리의 최대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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