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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Aug 21. 2024

엄마, 내 말 잘 듣고 있어?

멘토링이 어쩌다 맨투맨이 되었나

엄마?

이제 학교 가?

응.

아침은 뭐 먹었어?

계란밥이랑 엄마가 해준 오이냉국이랑 반찬이랑 해서 먹었어.

잘했네.

어제 맨투맨인가는  샀어? (물어보면서  갑자기 맨투맨을 사러 간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투맨?

너 어제 다연이랑 맨투맨 사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 엄마 혹시 멘토링 말하는 거야? 어제 내가 서연이랑 멘토링하러 간다고 말했잖아.

아, 맞다. 서연이랑 멘토링.

엄마  얘기 듣고 있는  맞아?

그럼 듣고 있지. 더워서 말이 헛나온거야. 그래서 멘토링잘했어?

응, 잘했어.

근데 멘토링은 뭐 하는 거야?

엥? 그것도 어제 말해줬잖아. 내가 부족한 과목을 잘하는 친구가 가르쳐주는 거라고. 서연이가 수학 가르쳐줬어.

아, 맞다. 그래서 좀 도움이 됐어?

응, 서연이가 잘 가르쳐줬어. 근데 엄마 내 얘기 제대로 듣고 있는 거지?

그럼, 듣고 있어.

의심스럽지만 이번엔 용서해 줄게. 앞으로 잘 들어줘. 근데 엄마 아이엠스쿨 들어가서  교과 집중 프로그램  신청해 . 서연이가 논술 같이 듣자고 하네. 이건 또 학부모가 신청해야 되거든.

응, 알았어. 바로 신청할게.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알아?

, 그럼 알지.

또 까먹지 말고, 오늘 꼭 해줘.

응, 지금 전화 끊고 바로 할게.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듣기다.  홍시에게 뭔가를 주입, 입력, 투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홍시가 출력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게 내가 딸에게 해줄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듣기도 때때로 어려움을 겪는다. 어릴 때부터 홍시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샘솟았고, 청소년이  지금도 대체로 그러하다. 그런데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퇴근해서는 피곤해서 단순히 듣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아서 듣는 척을  도 꽤 많았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듣다 보면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홍시는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듣는  하지 말고 제대로 어달라고 경고를 했다. 이번에도 듣는 척을 했다가 여지없이 들키고 말았다. 지금 떨어져 살면서 더더욱 듣기는 내가 딸에게 해줄  있는 유일한 건데 그걸 못하다니. 너무 더워서 듣는 가 느슨해진 모양이다.  왔고 내일이면 처서다. 다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듣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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