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이 어쩌다 맨투맨이 되었나
엄마?
이제 학교 가?
응.
아침은 뭐 먹었어?
계란밥이랑 엄마가 해준 오이냉국이랑 반찬이랑 해서 먹었어.
잘했네.
어제 맨투맨인가는 잘 샀어? (물어보면서 왜 갑자기 맨투맨을 사러 간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투맨?
너 어제 다연이랑 맨투맨 사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엥? 엄마 혹시 멘토링 말하는 거야? 어제 내가 서연이랑 멘토링하러 간다고 말했잖아.
아, 맞다. 서연이랑 멘토링.
엄마 내 얘기 잘 듣고 있는 거 맞아?
그럼 듣고 있지. 더워서 말이 헛나온거야. 그래서 멘토링은 잘했어?
응, 잘했어.
근데 멘토링은 뭐 하는 거야?
엥? 그것도 어제 말해줬잖아. 내가 부족한 과목을 잘하는 친구가 가르쳐주는 거라고. 서연이가 수학 가르쳐줬어.
아, 맞다. 그래서 좀 도움이 됐어?
응, 서연이가 잘 가르쳐줬어. 근데 엄마 내 얘기 제대로 듣고 있는 거지?
그럼, 듣고 있어.
의심스럽지만 이번엔 용서해 줄게. 앞으로 잘 들어줘. 근데 엄마 아이엠스쿨 들어가서 나 교과 집중 프로그램 좀 신청해 줘. 서연이가 논술 같이 듣자고 하네. 이건 또 학부모가 신청해야 되거든.
응, 알았어. 바로 신청할게.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알아?
응, 그럼 알지.
또 까먹지 말고, 오늘 꼭 해줘.
응, 지금 전화 끊고 바로 할게.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듣기다. 딸 홍시에게 뭔가를 주입, 입력, 투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홍시가 출력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자, 그게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듣기도 때때로 어려움을 겪는다. 어릴 때부터 홍시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샘솟았고, 청소년이 된 지금도 대체로 그러하다. 그런데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퇴근해서는 피곤해서 단순히 듣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아서 듣는 척을 할 때도 꽤 많았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듣다 보면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홍시는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듣는 척 하지 말고 제대로 들어달라고 경고를 했다. 이번에도 듣는 척을 했다가 여지없이 들키고 말았다. 지금 떨어져 살면서 더더욱 듣기는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건데 그걸 못하다니. 너무 더워서 듣는 귀가 느슨해진 모양이다. 비 왔고 내일이면 처서다. 다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잘 듣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