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금술좋은 부모님 덕에 남동생과 나는 딱 10개월의 터울이다. 내 동생은 돌을 기점으로 키도 덩치도 먹성도 나를 압도해서 난 생물학적으로만 딱 누나고 남동생은 자주 지가 오빠인줄 알고 이적지 근엄하게 행세한다^^
# 봄
어느해 봄이었나!
학교 세족장에서 불알까지 까고 또래들과 물장구치던 남동생은 벌집을 건드렸는지 양호실 구석땡이에 불어터진 찐빵처럼 누워있었다. 웅성궁성 눈을 뜨니 놀란 부모님이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남동생은 평소 좋아하던 돼지바를 할짝이고 있었다.
"벌은 야가 쏘였는데, 와 니가 까무라치노"
"이래 겁이 많아가 우야노!"
# 여름
여름이었나?
볏가리 위에서 보자기를 휘장처럼 두르고 날아라 슈퍼맨을 선보이던 남동생은 그대로 앞집 순남이네 뒤뜰 푸세식 똥통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천지사방 둥천인 똥냄새에 질식한 나는 또 까무룩~~!
"아이고, 야가 와 또 까무라치노"
# 가을
가을이었나?
뒷집 옥이네 단감나무에 올라 서리를 진두지휘하던 남동생이 수직낙하를 했다. 깨진 머리엣서 피가 줄줄새니
옴마야! 또 까무룩~~
# 겨울
겨울이었나?
황소만하던 울집 누렁이와 같이 달리기를 하다 누렁이 다리에 휘감긴 남동생은 내 눈앞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것이다. 바닥에 엎어진 채 꼼짝도 안하는 모습에 난 그만 또 까무룩~
# 오늘
"누부야! 생강차 비타민 있나?"
나오지마라, 내가 가져다줄게~ 면역 떨어지면 안되니 잘 챙겨먹고 나댕기지 말고!"
"응, 알았어!"
키 180에 몸무게100의 거구이나 마음씀이 솜사탕 같은 오빠인 줄 착각하는 남동생에게 감동받아 또 까무라칠 뻔!^^~
이것이 다 어린시절 지 대신 졸도담당이었던 이 누부야의 발복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아님 말고!^^(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