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마음

by 가을


아침부터 머엉- 했다. 고민이 많아져서 그런걸까? 나는 어떤 상태 이상의 스트레스를 마주하면 눈에서 물을 흘려보내거나 뇌에서 셔터를 내려서 수면을 취하게 한다. 이걸 건강하다고 해야 할지, 회피적인 성향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스 레벨이 어느 선을 넘지 않도록 몸에서 알아서 자정능력을 발휘한다.

영상들을 보다가. 요리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연애 프로 나 결혼을 전제한 프로그램을 보면 요리를 누가 하는지, 밥을 어디서 사먹는 지가 주된 내용이다. 태하네의 육아 브이로그를 보면 요리를 누가 하는지는 프레임 밖이다. 식탁에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리야말로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다. 텃밭 상추를 뜯어내는 듯한 싱그러운 삶을 일궈내고 싶다.

오늘도 원래 쓰려던 다이어리는 제쳐두고, 이불 속에서 유튜브를 봤다. 요즘엔 하트 페어링을 재밌게 보고 있다. 연애 관찰 예능이지만, 유독 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출연자들은 흔한 직업군은 아니지만, 퇴근 후의 일상을 함께하는 장면이 많아 내 삶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제작진이 만든 하트 시그널도 찾아봤다. 내가 가장 응원했던 커플은 지원과 창환이었는데, 아쉽게도 나이차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나의 최애는 단연 창환이다. 그는 주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줄 알고, 본업에선 진지하며, 요리가 일상화된 사람이다. 한 사람을 향한 진심도, 일상 속 유머도, 모두 큰 매력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소개팅이 밀려들 것 같다는 댓글에 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상을 보다 문득, 나도 요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프로그램이나 결혼을 전제로 한 방송을 보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누가 요리를 하는지도 관심사다. '태하네'의 육아 브이로그를 보면 요리는 프레임 밖이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른다. 요리야말로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다. 텃밭에서 상추를 따듯이 삶을 가꾸고 싶다. 손으로 채소를 씻고, 작은 그릇에 음식을 담고, 보기만 해도 흙내음이 나는 삶. 내가 바라는 그런 싱그러운 일상이다.

주말을 온전히 혼자 보내지 않는 것이 편안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몇 시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제약 없이 방 정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뭘 좀 적어내려 가기도 하다가 보고 싶던 영화를 두 시간 전에 예매해서 보는 그런 것. 그런 취향이 같기란 빅뱅이 일어날 확률일 테다. 김상욱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장기적인 관계는 서로에게 예측 가능함을 주는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음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예측 가능한 시간들이 더 풍족한 일상일지 떠올려본다. 같이 요리해먹고 영화도 보고 서로의 일기장을 읽어보고 좋았던 지점을 짚어주고. 그럼 좋겠다.

최근에는 김소영 작가님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자녀는 없지만, 글쓰기 수업을 통해 많은 아이들과 만난다고 했다. 아이들은 글을 통해 진짜 마음을 꺼내놓고, 작가는 그 마음을 부모보다 더 가까이서 듣는다. 그 인터뷰를 들으며 문득, 나도 글을 나누는 삶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형태든, 조금 더 큰 형태든, 계속해서 누군가와 글을 나누고 싶다. 일기 클럽은 그런 나에게 글의 즐거움을 알려줬고, 슐튀르 수업은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선, 퇴근 이후 시간이 보장된 직장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현실적인 결론으로 이어졌다.

누워있다가 온갖 생각들로 가득차버렸다. 사람인에서 어라운드 직원 모집 공고가 보였다. 어라운드 잡지를 만드는 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재밌겠다. 지원서를 내볼까? 책장에서 어라운드의 지난 호를 펼쳐봐야겠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