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환 Jan 04. 2022

행복론을 아내에게 적용해보다

아내도 행복해지다

행복공식(행복 =즐거움 + 사랑 - 괴로움)에서 진정한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운이 좋게도 어머니가 목숨만큼 소중하고, 아내가 목숨만큼 소중하다. 어머니는 너무나 헌신적이고, 어머니의 모든 것을 나에게 주셨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어머니는 나의 진정한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에는 믿음이란 것이 생기기까지 여러 시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모든 것을 헌신한 분이었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의 모든 것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게 느끼려면 아내가 나에게 그만한 믿음과 감동을 줘야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그런 감동과 믿음을 줘야 했다. 서로에서 진정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함께해야 했다.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 우린 서로의 사랑을 시험하고, 믿음이란 것을 증명해야 했다.


행복에 너무나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연애 때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내에게 나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기회가 될 때마다 얘기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나의 행복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끔 했다. 과연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강했다. 나조차도 흔들리는 행복론을 아내에게 강하게 강요할 수 없었다.


아내 역시 결혼 초에는 나의 행복론에 대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향 정도로만 여기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고집했다. 우리 부부는 각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그렇게 결혼 초창기를 보냈다.


사실, 그때까지는 나조차도 나의 행복론에 대해서 완전한 믿음이 없었다. 왜냐면 결혼생활 10년 정도까지 아내의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의 5~6점 정도였다. 아내는 결혼 생활하면서 게으른 나와 술주정하고 행패 부리는 아버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문제로 힘들어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나 역시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에 나의 행복론에 완전한 믿음은 없었다.


또한, 행복공식(행복 = 즐거움 + 사랑 - 괴로움)에서 진정한 사랑이 주는 행복은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값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머니와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내가 노력이란 것을 무리하게 되면 그때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다가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아무리 내가 진정한 사랑에서 오는 행복은 무한대 값이야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세뇌를 해도 게으른 내가 부지런하게 살기란 불가능했다.


괴로운 것이 현실이고 이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이란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나눴다. 나는 여기까지만 해야 나는 매일 행복할 수 있고, 그 이상의 노력이란 것을 하면 나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괴롭다고 아내에게 얘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 고난도 이겨낼 수 있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상상했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성공을 위해서 부지런한 삶을 꿈꿨지만, 현실의 나는 게을렀다. 이렇게 못난 나를 남편으로 둔 아내도 나를 한심하게 여겼을 것이다.


이런 못난 나였지만, 아내도 세월을 보내며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나를 조금씩 달리 보게 되었다. 아내의 행복을 진심으로 지원해주고 그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내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게으르고 능력이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삶에 철학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얼마 전 아내는 노래 가사를 듣다가 너무 감동적이고 울음까지 난 노래가 있어서 친구에게 그 노래를 카톡으로 보냈다고 한다. 가사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하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나에 대한 생각으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나는 아내에게 몹시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행복공식(행복=즐거움+사랑-괴로움)에서 사랑으로 무한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랑의 대상이 몹시 소중해야 한다. 목숨만큼 소중해야 그런 사랑에서 오는 행복이 커지게 된다. 별로 소중한 대상이 아니라면 그런 사랑에서 오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길고 힘든 과정이었다. 결혼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 되었다는 믿음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서로가 진정한 사랑에 가까워졌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결혼 만족도도 많이 올라가게 되었다. 결혼 18년 차인 아내에게 결혼 만족도를 물어보면 10점 만점에 가깝다고 말을 한다. 


요즘 아내는 싱어게인에서 우승한 이승윤이라는 가수에 꽂혀 있다. 이승윤의 모닝콜로 일어나고 하루 종일 이승윤 팬카페와 SNS를 본다. 잠잘 때까지 이승윤 노래를 듣는다. 아내는 가수 비와 개그맨 유재석도 많이 좋아하지만 1년 가까이 하루 종일 저렇게 집중하지는 않았다.


아내는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이승윤 팬카페에 가보면 시기 질투하는 남편 몰래 덕질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내에게 전혀 눈치를 주지 않는다. 


사랑은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행복하다고 느껴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승윤이라는 가수 때문에 아내의 하루가 행복하다면 나 역시 만족한다. 나는 열심히 덕질해라고 아내를 지지해준다. 나는 게임이 취미다. 아내 역시 나의 취미를 존중해주고 나의 행복을 지지해준다. 


이렇게 서로의 행복을 지지해주고 상대방의 행복을 나의 행복으로 여긴다면 서로가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부부가 게으르게 살아도 행복하게 사는 이유는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명예를 얻었어도 아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전 12화 일상이 행복해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