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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뇌는 무엇을 스쳐 지나가는가?…

삶의 마지막 30초에 벌어지는 일들

by 사람인척 Mar 21. 2025

사람이 숨을 멈추기 전, 뇌는 과연 어떤 기억을 떠올릴까.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우리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변화들을 겪는다.

그러나 단순히 심장이 멎고 호흡이 멈춘다는 것만으로는 이 순간을 설명할 수 없다. 최근 연구들은 임종 직전의 뇌가 생각보다 '깨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심장이 멈추기 직전, 우리 몸은 마치 시스템 종료를 앞둔 기계처럼 순차적으로 기능을 멈춰간다. 식욕은 사라지고, 체온은 점점 떨어지며, 손톱 끝은 혈액 순환이 멈춰가며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호흡은 고르지 않게 불규칙해지고, 의식은 점차 흐릿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뇌는 여전히 ‘정보’를 감지하고, 특정 자극에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5년 3월 20일,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뉴캐슬 병원 NHS 신경완화의학 전문의인 캐서린 매닉스 박사(Dr. Kathryn Mannix)의 분석을 통해 임종 직전 환자의 상태를 소개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뇌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닉스 박사는 특히 “환자들이 좋아했던 음식 냄새나 소리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감각과 기억을 연결하는 뇌 기능이 끝까지 유지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과학계는 이와 관련한 실험을 통해 죽기 직전 뇌의 반응을 관찰한 바 있다.

한 사례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87세 남성이 뇌파 측정을 받던 도중 발생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연구진은 그 환자의 뇌에서 ‘감마파(Gamma wave)’라고 불리는 고주파 신호가 분명히 관측됐다고 밝혔다.


감마파는 주로 기억을 회상하거나 감각을 통합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로, 이 신호는 우리가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떠올릴 때 활성화된다.


해당 연구를 이끈 미국 루이빌대학교의 아즈말 젬마르 박사는 “이는 뇌가 생의 마지막 순간, 마치 영화처럼 중요한 기억을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87세 남성 간질환자의 뇌 활동 기록

일종의 ‘삶의 요약본이 뇌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임상 사망 이후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과도 연결된다.

일부 생존자들은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보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을 만났다”, “과거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고 말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체험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억제 기능이 풀린 뇌가 저장된 기억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본다.

죽음이라는 ‘안전장치 해제’ 상황에서, 뇌는 평소보다 훨씬 생생하게 과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마지막 작동은 의료 현장에서도 간간이 목격된다.

영국 말기환자 지원 단체 말리퀴리(Marie Curie)에서 10년 넘게 일한 호스피스 간호사 마리아 신필드는 “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들이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려 하거나, 보고 싶었던 사람을 찾는다”고 밝혔다.


한 사례에서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가족을 임종 직전 환자가 찾았고, 그 가족과의 재회 후에야 환자가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또 신필드 간호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임종 직전 “어머니, 아버지”를 연달아 부르며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를 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환각일 수도 있지만, 뇌가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를 기억해내는 현상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뇌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기까지 삶의 일부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활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심장이 멈추고 장기가 정지해가고 있어도, 뇌는 ‘의미 있는 기억’을 마지막까지 붙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아직 과학은 이 모든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여러 연구와 현장 사례는 공통적으로 죽음이 단순한 정지가 아닌 ‘서서히 정리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죽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 뇌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오며 가장 중요하게 간직했던 사람, 말하지 못했던 진심, 오래된 미안함을 다시 꺼내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 30초.

그 짧은 시간 동안, 당신의 뇌가 가장 먼저 떠올릴 기억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그 사람에게 한마디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 말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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