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그리다 Feb 08. 2024

군밤

길 위에 친구가 되어주다

먹음직 보암직 photo by 꿈그리다
타닥타닥!

툭!

​단단한 알밤이 불꽃 피운 연탄불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린다.


군밤 장수 아저씨 군밤채를 탁탁 치니

데구르르

동그란 군밤 채 안에서

앞 구르기

뒤구르기가 펼쳐진다.

위아래로 채를 올렸다 내렸다

알밤들이 신나게 텀블링을 해댄다.


타닥 타탁

툭!

​반들반들한 알밤이 은근한 연탄불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린다.


군밤 굽는 냄새에 발길을 멈춘

꼬마 아가씨

마알간 눈으로

군밤을 쳐다본다.


단단한 밤껍데기가 반으로 열리고

노랗게 구워진

알밤이 얼굴을 쏙 내민다.


꼭꼭 닫혀있던 알밤의 동그스름한 얼굴에

꼬마 아가씨의 웃음이 내려앉는다.


구수한 군밤향이

이른 아침 텅 빈 거리를 가득 채운다.

오랜만에 혼자 나선 기차 나들이 by 꿈그리다

겨울거리의 군밤은 사랑입니다.

정겨운 군밤 익는 타닥 소리와
구멍 송송 뚫린 연탄의 붉은 불꽃이

참 기분 좋은 아침이었네요.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지방에 다녀왔는데

도착한 역 앞에 군밤장수 아저씨가 계셨어요.

추억의 식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지요.
동글한 밤을 이쪽저쪽 굴리는

군밤장수 아저씨의 손놀림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추운 겨울바람에도 손을 호호 불며

군밤을 기다리던

꼬맹이 시절이 생각납니다.

타탁소리에 깜짝 놀라도, 먹겠다는 일념으로 불가에서 밤이 익어가길 기다렸지요.

노릇하게 익은 군밤을 입에 넣으면

어찌나 달던지 ㅎㅎ

둘이 먹다 한 명이 쓰러져도 모를 맛!

달달한 맛이 가득 채워집니다.

먼 나들이길에서 친구가 되어 준

군밤에게 감사를 전하며...ㅎㅎ

*지난가을에 썼던 밤이야기도 함께 소개해보아요.

https://brunch.co.kr/@75e5e6b501a54d8/132

By 꿈그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