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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Feb 02. 2024

겨울민들레

살아있는 것의 위대함

photo by 꿈그리다

산책길 모퉁이에 항상 변함없이 같은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들꽃이 있습니다.

작년 초겨울에 모든 들판이

허허벌판으로 변하였던 그때쯤

노란 꽃을 힘없이 피고 있던 키 작은 민들레가

가련하게도 추운 날씨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라는 것입니다. 몇 번을 피고 지고 하여 신기했지요. 겨울에 노란 민들레꽃이라니요.


겨울은 깊어가고 칼바람과 함박눈도 이따금 함께 했습니다. 그럼에도 언 땅에 납작 잎을 뉘이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민들레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어요.  계절을 모른 채 이토록 늦게까지

남아 있던 걸까요?


오고 가며 그 아련한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집안에 화초처럼 물을 주고 살펴줄 수도 없고,

추운 환경에서 이 작은 식물이

어떻게 긴 겨울을 날지 걱정이 되었지요.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그날!

숲의 모든 것이 얼어붙은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나지막이 몸을 낮추고 있는 민들레를 다시 찾았습니다. 

맘 같아선 어린 왕자가 그의 꽃에게 해준 것처럼 유리바람막이를 해주고 싶었어요.

 

이미지출처 :pinterest

하지만 아래의 사진처럼 통째로

꽁꽁 얼어붙은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꽃도 얼어붙고 씨앗을 날려 보내려던

홀씨꽃머리도 꽁꽁 얼어붙어버렸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아! 이제 이 생명을 다했구나.

추운 겨울에 어렵게 꽃을 피우더니

이렇게 서러운 작별을 하는구나.


주변이 모두 갈색의 모습이지만 위풍당당하게 여전히 초록과 노랑의 색을 보존하고 있던

겨울 민들레가

안타까웠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작별을 해야 하는 가보다 했어요. 얼어붙은 와중에도 아스라이 노란 꽃잎들은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photo by 꿈그리다

며칠 후, 따뜻한 날씨가 다시 찾아온 날.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길을 걷던 중 정말

"심봤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뻔했습니다.
어찌된 거지요?

물론 노란 꽃잎은 흔적 없이 땅과 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홀씨를 가득 안고 있는 홀씨꽃머리는 다시 바람에 한들한들 몸을 움직이고 있어요.

눈이 크게 떠지는 순간입니다.

반갑다 민들레야!

 잘 버텨주었구나!


햇살에 몸을 보송하게 말린 이 녀석들

너무 대견하지 않나요?

생명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아니 위대합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도 이토록

자신의 生에 최선을 다하고 있네요.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생명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존재로서 생존을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요...,

 참 대견합니다.

버티고,

애썼습니다.

곧 다시 봄은 올 테지요.

이 민들레가 계절을 잘못 안 것인지도 몰라요.

혹은 생장이 느려서 뒤늦게 핀 꽃일지도요.

하지만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지난주에 다시 만난 민들레는 여전히 홀씨들을 날려주지 않은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소 축 쳐진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새 봄에 노란색 꽃을 가득 피울 것입니다.

(좌)2024.1월 12일 (우)1월25일 촬영

인생에서 내가 겪고 있는 시기가 삭막하고

긴 겨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풍요로운 계절에 살고 있는데,
유독 나만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는 것만 같죠. 스쳐 지나는 말도 겨울바람이 그렇듯

살을 에이는 것처럼 아프게 들리기도 해요.
한 때는 저도 그랬답니다.

겨울은 마냥 춥고 힘든 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겨울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겨울을 보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 속에서,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각고의 노력들을  배워가고 있답니다.


혹시 마음의 겨울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는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어요.

"당신은 찬란한 봄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라고요.

 민들레처럼 맞서 견뎌낼 수도,

 속에서 몸을 숨기고 견뎌낼 수도,

두꺼운 얼음아래 납작 웅크리고

이처럼 긴 겨울을 견뎌낼 수도 있어요.


이 겨울을 견디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위대합니다.

 무엇을 향해 가든 간에 포기하지 말아요.

 오늘의 삶을 살아내는 당신은

살아있는 자체로 위대합니다.


     글. 사진 By 꿈그리다


다시 생기를 찾은 민들레 영상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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