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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Feb 24. 2024

하얀 이별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가벼운 몸을 눈밭에 뉘인 야생초 by 꿈그리다

금방이라도 꽃봉오리 터질듯한 따뜻한 날씨였는데, 갑작스러운 눈소식과 뚝 떨어진 체감온도가 봄의 방문길을 멈춘 것 같습니다.

샘이 났나 봐요. 아쉬웠나 봐요.

겨울이 떠날 발길을 멈추고,

"나 아직! 여기 있다!"

라고 존재감을 뿜뿜 내놓은 한 주간이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눈과 비!

마치 겨울과 봄의 자리다툼 같이 보입니다.

겨울은 가기 싫다며 심통을 부리고,

은 내 자리 어서 내어놓으라는 채근을 하듯

엎치락뒤치락 한 주를 장식했습니다.

사실, 앞서 고백하였지만 저는 지난 2021년쯤부터

코로나시국에 조용한 산책을 즐기면서부터

겨울이 참~좋더라고요. 고요하고, 적막했던 시간이 생명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임을

산책길을 걸으며 직접 보고 깨닫게 되었거든요.

 특히 이번 겨울과의 작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요.

어쩌면 이번주에 내린 눈은 올 겨울이 전해주는 마지막 정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님아, 나 잊지 마소 10개월 후에 다시 올 테니!

라고 인사 남기는 듯합니다.

새하얀 눈길 by 꿈그리다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길을 봅니다.

곧 저 태양아래 스르르 녹아버리겠지요.

녹아 흙속으로 스며들고

촉촉하게 땅을 만들어주고

봄을 피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마른층층꽃 by 꿈그리다

이렇게 하얗게 바스라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

계절을 견뎌낸

야생초들 역시

다시 씨앗을 움트고 예쁜 꽃을 피울 것입니다.

나란히 여기에 : by 꿈그리다

하얀 눈 위에 야생초 한 줄 기차 세워봅니다.

오랜만에 만난 도꼬마리입니다.

도깨비방망이처럼, 고슴도치처럼 뽀족뽀족한

가시가 동그란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ㅎㅎ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산으로 들로 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다가

집에 돌아와선 엄마의 눈치를 살피지요.

 먼데 가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주신 엄마한테 혼날까 봐, 학교운동장에서 놀았다고 거짓말했습니다. 가까스로 혼날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으려 할 때!

 영락없이 이 도꼬마리가 스웨터 끝자락에서 얼굴을 쏘옥! 내밀어 저를 당황케 했지요.

결국 제 거짓알리바이는 들통이 나고요.ㅎㅎ

모두모아 한 손에 by 꿈그리다

어린 시절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나니

반가운 겨울 야생초들을 가지런히 모아 집으로 데려옵니다. 이처럼 들에 흔하디 흔한 건초들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정말 예쁘답니다.

혹,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들녘의 쓰레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계절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각자의 취향 차이인 것 같습니다.ㅎㅎ)

햇살,그리고 미국쑥부쟁이 by 꿈그리다

하물며 겨울들판 곳곳에 퍼져있는 미국쑥부쟁이는

한국토종 식물들에 비해 번식력이 매우 좋아서 토종식물 서식지를 다 점령하는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었지만, 이렇게 겨울에도

 삭막한 들녘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참 다른 존재가치입니다.

(ㅠ 생태교란종이라는 이름표가 참 슬프네요.)


2월의 끝자락에서 겨울은 이렇게 대설(大雪)로

 하얀 이별식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2월 이후에도 눈발이 다시 흩날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토록 저의 차가 흰 눈에 포옥 안길 날은 조금 오랫동안 기다려야 다시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찰칵!

저장!

이렇게 하얀 이별을 마음속에 저장합니다!

잘 가~겨울아~♡

다음에 또 만나자.

2월말의 눈 존재감을 뿜뿜 보여준 흔적 by 꿈그리다
명절 이후 복닥복닥 뭔가 바빴네요. 글벗님들 글도 볼 시간도 없었어요.^^; 댓글 확인도 오늘에서야 합니다. 하루가  휘릭! 일주일이 이토록 빠르게 지나다니 ㅠ 붙들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모쪼록 글벗님들, 독자님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글.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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