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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명상(徒步冥想) 10 - 평생을 바쳐 하나를 이루다

사진 : 태안반도 해안길

by 전영칠

태안반도 해안길


코스 :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수욕장 → 만리포 → 천리포 → 신두리 해안사구 → 원북면 구례포 해수욕장

거리 : 22km


2011.01.22태안바도를 찾아서 202D301E49DAA0D051.jpg 태안반도 해변길


│명상이 내게 가져다준 것│


도보동호회를 통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길을 몰라도 상관없고, 45인승 전세버스를 동원해 교통비가 싸다. 물론 혼자 가는 장점은 접어야 한다.

혼자 가는 장점이라면? 자연과의 깊은 교류가 있다. 방해받지 않고 명상을 할 수 있다. 외로움? 그런 건 없다. 나 같은 경우 오랫동안 종교적 진리탐구의 시간을 가져왔다. 그런 시간에도 혼자 여행 갈 때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진리탐구에 명상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외로움이 사라졌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외로움과 외로움의 걱정이 있었다. 명상의 평안을 체험한 후 외로움 등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예기치 않은 상태나 위험에 빠진 경우는 일행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내가 하는 도보명상의 목적은 자기 향상과 영성계발이다. 도보운동을 함께하니 자연히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스산한 겨울바다를 걷는다. 나는 이곳을 걸으며 습관처럼 알아채림 명상을 한다. 명상은 또한 평안이다. 전쟁이 아니다. 떠오르는 어떤 생각도 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만가지 에고의 생각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히 사라지는 에너지다.



│파도리해식동굴│


이번에는 도보 동호회를 통해 겨울 태안반도 해안길을 간다.

서울 광화문에서 07시에 버스를 타고 09시 30분에 태안군 파도리 해수욕장에 도착해 도보를 시작했다.

이번 도보 코스인 파도리해수욕장과 구례포해수욕장까지의 22km는 잘 닦여진 도보길이 없다. 해변, 해수욕장 모래길, 가끔씩 조성된 나무데크길도 지나고 때로는 국도와 논길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언덕과 구릉이 거의 없어 초보길꾼들도 동행하기에 무리가 없다.

파도리해수욕장은 갯바위와 자갈이 많은 해변가로 오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에 부서져 만들어진 몽돌해변이다.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동글동글 알록달록한 해옥들이 맑은 바닷물에 잠겨 아름답게 반짝이는 풍경을 연출한다.

파도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굴스폿 파도리 해식동굴은 SNS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사진 명소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 실루엣만 남도록 그림자 사진을 찍으면 동굴 뒤편으로 태안 파도리해수욕장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동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굴스폿으로 가려면 안전을 위해 간조 물때표를 체크해야 한다. 간조 시간 전 후로만 직접 걸어서 갈 수 있다. 우리가 간 때는 간조시간이었다. 물때표 시간에 맞춰 기암괴석을 따라 걷다 보면 파도리 해식동굴에 도착한다. 주황빛의 이국적인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꽤나 큰 규모의 동굴 입구가 보인다. 두 큰 바위가 서로 깊숙이 기대고 있는 것이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다정한 노부부 같다.


태안반도204F823E4D3BC9D332.jpg 파도리 해식동굴 입구.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 다정한 부부 같다.



│평생을 바쳐 하나를 이루다│


만리포해수욕장은 대천, 변산해수욕장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만리포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약 3km, 폭 약 250m 이상, 면적 20만㎡이다. 고운 모래로 백사장이 좋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의 해수욕장으로 사랑받는다.


만리포사랑 노래비를 지나면 천리포해수욕장 해변이 나온다. 천리포해수욕장은 길이 1킬로, 폭이 50여 미터로 만리포해수욕장보다는 작지만 한적하고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인근에는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리는 고(故) 민병갈(閔丙ガル, 미국명: Carl Ferris Miller, 1921~2002) 설립자에 의해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 수목원이다. 2025년 현재는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이 수목원의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 선생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으며, 친자녀는 없고 평생을 '천리포수목원이 나의 자녀이다' 라며 일생을 수목원에 바쳤고, '그의 자식'들은 현재 약 1만 7천여 종류에 이른다. 국내 최다 식물종 보유 수목원이다.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여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보지 않은 분은 꼭 이곳을 가보기를 권한다.


이 길은 서해안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코스다.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서는 여름바다보다는 가을이나 겨울 바다가 좋다.


2011태안반도 1977C4594D3CEE5C34.jpg 서해바다를 보려면 태안반도 해안길을 걸어보라



│1만 5천 년과 100년│


신두리해안구는 천연기념물이자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이며 기름유출 사고를 이겨낸 재난 극복이라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는 관광자원이라 할 수 있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 약 1만 5천 년 전빙하기 이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지형이다. 이곳은 단순한 모래언덕을 넘어 독특한 생태계를 품고 있어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사막에서 찍은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1월의 겨울 신두리해안사구는 황량해 보였다. 이곳은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다. 척박한 모래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를 비롯해 통보리사초, 갯완두, 갯그령 등 희귀한 사구 식물들과 지금은 보기 힘든 멸종위기종 쇠똥구리를 볼 수 있다.

1만 5천 년이라는 영겁의 세월 앞에 인간의 수명 100년은 찰나인 것 같다. 100년짜리가 1만 5천 년짜리를 보러 간다.


태안반도 신두리해안사구 920_TUCN_201612090613401138.jpg 신두리해안사구


구례포해수욕장은 KBS 1TV 사극 ‘먼동’의 촬영지이다. 방영 이후 구례포의 바다에 반해 피서객이 몰렸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찾는 해수욕장이 됐다. 주변에 산이 많고 나무가 울창하여 캠핑족이 몰리는 곳이다. 어둑어둑해진 구례포해변서 길꾼들은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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