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하늘공원의 가을
나는 원래 기독교인이었다. 은혜를 찾아 교회를 돌다가 목사와 교인들의 행위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행하지는 않고 믿기만 하고, 달라는 기도만 하는 신앙에 실망과 회의도 느꼈다. 목사에게 실망하면 예수님만 따라가면 되는 것이지라고 스스로 달래며 신앙생활을 했고, 지치면 함석헌 선생처럼 무교회주의자는 아니었으나 교회를 다니지 않고 성경과 기도로 신앙을 대신하기도 했다.
다수의 인도 기독교들은 수행을 겸한다. 가톨릭 교인들 중에서는 불교의 수행방법을 일부 취해 신앙생활에 응용하기도 한다. 목적을 위해 수행방법을 테크닉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앙길은 에고를 내려놓는 작업 길이기도 하다. 나는 에고를 내려놓는 방법으로 명상을 시작하였다.
12월 크리스마스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천천히 걷는다. 이들 공원은 쓰레기 산이었던 곳이다.
서울의 하늘공원은 과거 15년간 서울의 쓰레기가 쌓여 만들어진 높이 98미터의 거대한 산이었다. 악취와 먼지, 파리가 들끓던 버려진 땅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생태 공원으로 거듭나기까지, 그 뒤에는 뼈아픈 역사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이곳은 1978년 3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만 15년 동안 서울특별시의 유일한 공식 쓰레기 매립지였다. 당시 하루 평균 8.5톤 트럭 약 3,000대 분량의 쓰레기가 이곳에 버려졌고, 이로 인해 해발 100m에 달하는 거대한 두 개의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바로 그 자리이다.
당시 난지도 인근은 '삼다도(三多島)'라는 오명으로 불렸다. 먼지, 악취, 그리고 파리가 많다는 뜻이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인근 상암동, 성산동 일대 주민들은 파리 떼로 인해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생활해야 했다.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인한 화재가 15년 동안 1,400여 건이나 발생했으며, 유독가스와 악취는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쓰레기에서 나온 오염된 물(침출수)은 한강으로 흘러들어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공사과정을 보자.
1993년 3월 매립지 폐쇄 이후, 서울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난지도 일대를 대규모 환경·생태 공원으로 조성하는 '난지도 안정화 및 공원화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는 크게 '안정화 공사'와 '공원 조성 공사'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쓰레기 산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립지 둘레에 깊이 50m, 길이 6km에 달하는 차수벽을 설치했다. 또한, 침출수를 모아 정화하는 처리 시설을 건설했다.
또한 매립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106개의 가스 포집공을 설치했다. 여기서 모인 가스는 인근 지역의 난방 에너지로 공급되었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 위에 1.5~2.5m 두께의 흙을 쌓아 올렸다.
1993년 매립지 폐쇄 후 안정화 공사 시작까지 약 3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고, 본격적인 안정화 및 공원 공사는 약 6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마침내 2002년 5월 1일, 월드컵 주 경기장과 함께 평화의 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등과 함께 '월드컵공원'의 일부로 공식 개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천주교 신학생이 사제 서품을 받기 전, 가장 낮은 곳을 체험하겠다며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1년간 움막을 치고 살았다. 그는 그곳에서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잇는 80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진정한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공원이 조성되고 생태계가 점차 회복되면서 맹꽁이, 너구리 등 다양한 야생 동식물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죽음의 땅이었던 난지도가 생명의 땅으로 부활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가 되었다.
하늘공원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환경 파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희망의 상징이다. 쓰레기 산의 고통스러운 기억 위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억새 물결은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위대한 기적을 보여준다.
이 길을 간다, 이제 쓰레기 더미 그 위를 아무런 방비 없이도 걸어간다, 자연의 의미와 생태의 미학을 즐기며.
원래 이곳은 한강 하류로 날아오는 철새도래지, 야생난, 데이트하는 청춘 남녀의 천국이었다.
크리스마스 휴일 몇몇 쌍의 청춘남녀들이 이 길을 가고 있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연인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단단히 잠근다. 영원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의 자물쇠 아래 흙 2미터 아래 지하는 무려 100여 미터의 쓰레기를 평평하게 눌러 놓은 곳이다.
사람이 쓰고 버림받은 것들이 이른바 쓰레기라는 거다.
까맣게 썩어 변해가는 것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쓰레기뿐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쉽게 사랑을 나누고 또 쉽게 사랑을 버리고, 버림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쓰레기가 아니다. 몸 마음이 모두 성장하면 장미 같은 향기를 내어 뿜는 그런 존재다.
쓰레기는 더러울수록 찬란할 수 있다. 쓰레기는 완전히 썩이야 살아난다. 썩어 진흙창이 되고, 그것을 먹고 피어난 붓다가 한 손에 든 연꽃의 의미로 다시 태어난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한강에 안개가 가득 끼었다. 겨울, 가는 비가 오다가 오후부터는 살짝 눈으로 변하였다.
눈이 살랑거린다. 오늘은 예수님 탄신일.
예수는 땅에 오셔서 변치 않는 사랑은 있으며, 그대들도 변치 않는 사랑의 실체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쓰레기더미가 쓰레기더미로 끝나는 것이 아닌, 반짝이는 보석으로 다시 자연상태가 된 이곳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