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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Nov 15. 2024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다

오늘은 일을 시작한 이틀째 토요일이다. 하루 일을 한 다음 허리와 다리가 뻐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날 퇴근 전에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물었고 괜찮다고 대답했다. 스스로 최소한 한 달은 근무하자고 결심하면서 시작한 일이나 ‘내가 그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았구나’라고 깊이 반성하면서 근무를 시작했다. 동료들은 이런 필자를 향해 일하면 저절로 몸무게가 빠진다고 말하면서 어떤 동료는 8kg이나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은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다. 일주일에 휴무일이 2일이라 어제가 휴무였던 동료 A와 주말만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B였다. A도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필자는 국산 차만 운전했기 때문에 외제 차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vip 주차장에서 제대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차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차의 구조가 비슷하니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없다.


필자는 동료들에게 사고 경험을 물었는데 거의 없었다.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자기부담금 50만 원을 내야 하는데 25만 원은 본인이,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한다’라는 설명을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은 되었지만 25만 원이면 3일 치 일당이라 막상 사고가 나면 필자나 직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A에게 얼마나 근무했냐고 물어보니 5월 중순이면 1년이 된다고 말하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근무자도 고객 응대만 적당히 한다면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곳에서 근무할 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설명했다. 어제부터 만났던 젊은 직원은 죽전에 있는 백화점에서 발레 파킹도 했지만, 근무 환경이 이곳이 훨씬 좋아 옮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하는 동안 이 젊은 직원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날 필자의 출근 시간과 관련한 해프닝이 있었다. 필자의 출근 시간을 정하는 담당자가 출근 시간을 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첫날과 같이 10시에 출근했다. 11시가 출근 시간이라는 것을 출근하고 난 다음 알게 된 것이다.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필자의 출근 시간이 11시라고 말했는데 10시에 출근한 필자를 보면서 동료들은 약간 당황하는 것 같았다. 이로 인해 2시간 연속 근무가 2번 배정되면서 피곤한 경험을 했다.     


필자와 관련이 있는 사건이 11시쯤 일어났다. 정장을 입은 젊은 직원 C가 필자를 부르더니 가서 이발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설명 없이 근무 시간에 이발할 수 있는 ‘혜택’을 줄 테니 갔다 오라고 강요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황당해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젊은 직원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까지 들으면서 일할 생각이 없으니 지금 그만두겠다”라고 말한 다음 사직서를 쓰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너무 황당한 상황을 겪은 다음이라 당황해 사무실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갔다. vip 주차장은 지하 2층이고 사무실은 지하 1층이라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필자가 헤매는 사이 C가 사무실에 먼저 도착해 자기 상사인 D에게 필자의 반응을 말한 것 같았다. D는 필자를 보고 C가 자기가 말한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자기 생각을 직접 말했다. D가 보기에 필자가 너무 더워하니 머리를 짧게 자르면 땀을 덜 흘릴 것 같아 자기 나름대로 근무 시간에 이발할 시간과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C에게 말하면서 필자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이것은 자신이 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라고 여겼고, 필자도 쉽게 수용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C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자신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D의 말을 전달하는 C가 제안이 아니라 명령에 가깝게 전달하면서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D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해가 풀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출근길에 단골 미용실에 예약 전화를 했는데, 미용실에서 전화를 받지 않아 예약하지 못한 채 출근했고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사무실에서 전화를 확인하니 미용실에서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 다음날 예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필자를 제외하고 11시에 휴식을 해야 하는 조원에게 사무실로 모이라는 전달이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불평의 주된 내용은 “쉬는 시간에 왜 모이라고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미리 교육받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은 ‘주말에 주차장이 혼잡해 고객이 주차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졌으니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공감을 잘해주라’라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들으면서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와 함께 주차유도원에게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는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들이 시급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이 많아질수록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필자처럼 발레 파킹을 하는 사람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필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근하라고 한 이유도 인력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었다. 백화점 측에서도 발레 파킹 기사들의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노력은 하는 것 같았다. 백화점 측에서 인력 파견 회사에 발레 파킹 기사들의 이직 사유를 물었고, 기사들의 어려움을 파악한 백화점 측에서 발레 파킹 기사들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으로는 기사들의 이직을 막지는 쉽지 않다는 것을 근무하면서 깨달았다.     


이날은 백화점 본사 cs 매니저가 종일 함께 근무하면서 발레 기사들과 주차유도원들의 서비스 방식에 대해 교육을 했다. 필자에게도 다가와 고객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 가지 의견을 주었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심스럽게 말한 것이 인사하는 방법이었다.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만 숙이는 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허리를 아프게 만들어 오래 할 수 없으니 머리에서 허리까지 일직선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인사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필자는 그 직원의 태도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며칠 지나 이 직원의 본모습을 보면서 더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주된 관심사는 필자의 출차 업무 시작 시점이었다. ‘출차’란 백화점에서 볼일을 마친 고객이 안내 데스크와 와 차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 기사가 고객의 차를 안내 데스크 근처까지 가져와 고객에게 인계하는 일이다.      


퇴근 전에 출차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다. 직접 출차를 위한 운전 대신 출차 업무의 하나인 대기실에 있는 고객을 부르는 방법과 백화점을 나가는 고객을 환송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날도 입차는 하지 말고 출차 업무를 시작하는 적절한 시간을 고려하겠다는 사무실 관리자들의 말이 있었다.     


입차는 고객이 백화점 VIP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발레 기사가 고객에게 번호표와 차키를 교환하고,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다. 입차는 주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차보다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해 신입은 ‘집중’이라고 부르는 고객 맞이 방법을 가장 먼저 배우고 출차 그리고 입차 순서로 업무를 익히게 된다.     

 

아직도 퇴근하면 몸이 녹초가 된다. ‘이렇게 힘드니 몸무게는 좀 줄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체중계에 올랐으나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조금은 실망했다.     


첫날부터 동료들에게서 계속 들었던 말을 ‘여유’였다. 필자도 책이나 강의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눈앞의 고객에게만 집중하라고 강조했지만, 막상 필자가 그런 상황에 놓이니 이론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도 첫날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      


이틀 근무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꼈다. 필자는 계획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도 나이가 있어 이 일도 몇 년 후에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편안하게 일할 때의 1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일할 때 한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퇴근 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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