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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Nov 08. 2024

발레 파킹을 시작하다

백화점 지하 2층에 있는 vip 주차장에서 발레 파킹 일을 시작했다. 금융회사의 고객센터 근무 이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출근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근로계약서를 쓰고 함께 근무할 두 사람을 소개받았다. 이들과 함께 발레 파킹 현장에 투입되어 이들의 간단한 시범을 본 다음 고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은 고객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이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자기 역할에 대한 어색함과 자신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초보자 티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영업을 시작하면서, 고객센터에서 고객을 처음 만날 때 ‘고객이 날 함부로 대하면 어쩌지?’와 같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고객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회사 업무라 부담감을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이 고객을 계속 만나야 했고,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고객이 필자의 걱정과 달리 필자를 굉장히 존중하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고객의 태도는 감정노동자의 태도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필자의 과거 경험은 출근 첫날부터 vip 고객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첫날부터 업무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른 곳에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지하 주차장의 더위’였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에도 땀을 흘리는데 필자가 일을 시작한 초여름은 기온도 높았다. 특히 일을 시작한 금요일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이 많아 그 열기로 인해 지하 주차장의 온도는 평일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흘러내리는 땀이 많아 일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다. 이와 함께 조금 긴 머리도 땀을 흘리는 데 일조했는데, 이것은 다음날 또 다른 에피소드의 원인이 되었다.     


VIP 주차장 업무는 고객이 차를 세우면 고객으로부터 키를 받고, 고객에게 번호표를 주는 것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이후 발레 기사는 차를 운전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안내 데스크로 가서 차 번호와 키 번호 그리고 주차 구역을 말하면 안내 데스크 담당 직원이 엑셀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고 고객의 키를 보관함에 보관하는 것으로 주차가 마무리된다. 고객이 백화점에서 볼일을 끝내고 안내 데스크로 와 번호표와 키를 교환하면 된다. 이때 차가 주차된 곳으로 가 직접 운전해 백화점을 떠나는 고객도 있고, 안내 데스크 근처로 차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고객도 있다. 물론 필자와 같은 기사로서는 직접 운전하는 고객을 선호한다. 이렇게 발레 파킹 업무를 구분할 수 있는데 흔히 음식점 등에서 흔히 경험하는 발레 파킹 과정과 같다.      


아직 국산 차와 외제 차 등 여러 종류의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는 고객이 차를 세우면 고객으로부터 키를 받고 번호표를 주는 역할만을 하고, 주차와 출차 등을 위한 운전은 며칠 동안 일하면서 업무에 익숙해진 다음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필자와 같이 고객에게 번호표와 키를 교환하는 것을 이곳에서는 ‘집중’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는 같이 일하는 사람마다 요구사항이 다른 것이다. 한 사람은 고객이 발레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도록 수신호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도하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고객이 발레 서비스를 적게 이용하도록 수신호를 보내는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한 사람은 회사에 도움이 되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은 발레 파킹을 해야 하는 고객의 수를 줄여 직원들이 편해지는 선택을 강요한 것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다른 요구를 들으면서 ‘이래서 여기에서도 직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부터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오후에 여자 손님이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필자가 손님으로부터 차 키를 받기도 전에 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과 여자 손님 그리고 필자 이렇게 셋이서 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하지만 세 명이 움직이는 차를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차의 진행 방향으로 왼쪽 옆에 기둥이 있어 이 기둥에 부딪히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기둥 근처에서 차를 멈추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차에서 손을 뗐다. 다행히 차는 3m 정도 앞으로 나간 다음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와 부딪히면서 멈췄다.


황당한 상황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사고를 낸 차 주인은 보험회사 보상직원을 불렀고, 보험회사 보상직원이 도착하면서 현장을 떠났다. 이 둘이 떠난 이후 사고 차로 인해 피해를 본 차의 주인이 뒤늦게 나타났다. 이 사람은 망가진 자기 차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소연의 주요 이유는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인데 이렇게 되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이러면서 발레 파킹을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온갖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 고객은 사고를 낸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면서 화를 낼 수 있었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사고와 관계가 없는 발레 서비스 직원들과 보험사 보상담당자만 있으니 시간이 지나도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고객도 30분 정도 지나니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견인하겠다던 요구를 멈추고 직접 운전해 조용히 주차장을 나갔다.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발레 서비스 담당자들 사이에 ‘고객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해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공유되었다. 동료 중 한 사람은 “우리가 고객 주차를 돕다 고객이 사고를 내면 그 고객은 사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다. 따라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고객이 운전하는 동안 고객에게 관심을 두지 말고 도움도 주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고, 사고를 겪으면서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근무 교대를 앞둔 동료의 행동이었다. 발레 파킹 담당자의 휴식은 보통 1시간 근무한 다음 1시간 휴식을 취한다. 휴식 시간과 관련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회사 간부 사이에는 의견 차이가 있었다. 함께 일하던 젊은 동료 A가 주차를 위해 고객으로부터 키를 건네받고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이때 휴식 시간이 된 것이다. 이에 A가 “휴식 시간이다”라고 외치면서 시동을 건 차를 처음 자리에 그대로 둔 채 자리를 뜬 것이다.      


휴식 시간에 관해서는 근무자와 간부 모두 민감한 사항이다. 근무자로서는 휴식 시간에 일하는 것은 무급이기도 하고, 휴식 시간에도 일하게 되면 이것이 관례화되면서 다른 직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반드시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직원들이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처럼 휴식 시간에 대해 근로자와 회사의 견해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하면서 두 계층 사이에서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날 동료에 의한 교육 과정에서도 변화가 필요했다. 하나는 차량의 문을 여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인사하는 방법이었다. 차량이 도착하면 손으로 차 문을 잡은 상태에서 시선은 고객 쪽이 아니라 정면 혹은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라는 것이었다. 주요 이유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 손님과 같이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래전에 어느 발레 기사가 짧은 치마를 입은 고객을 쳐다봤다가 성추행으로 몰린 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시선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사하는 방법이었다. 동료는 허리가 아프니 고개를 조금만 숙이고 눈은 앞을 바라보라고 강요 비슷한 말을 했다. 이것에 대한 의문은 다음 날 해결되었다. 이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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