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장독대와 담장 아래, 소복소복 쌓이던 감꽃.
감꽃이 진 자리에 아기 감이 맺히고,
가을 햇살 아래 붉게 영글어가던 감을 따던 날의 기억.
항아리에 담아 삭힌 감을 베어 먹던 달디단 맛,
들큼한 냄새와 온기를 품은 저녁 시간,
식구들이 모여 나누던 웃음소리까지.
계절을 따라 이 모든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얀 눈이 마당을 덮은 겨울날,
저 먼 하늘가에 매달린 붉은 점 하나,
가지를 떠나지 못한 마지막 감, 까치밥이었습니다.
찬바람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움츠리지 않고 붉게 타오르던 감,
마치 먼 산을 바라보며 묵묵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습니다. 추억을 간직한 채,
어린 시절의 아랫목 항아리 속,
담요를 덮고 달게 달게 익어가던 시간,
식구들과 나누던 따스한 웃음과 말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 온기와 기억이
까치밥 하나에 고스란히 매달려 있었습니다.
하얗게 눈 덮인 마당
붉은 점 하나 매달린 가지 끝
먼 산 바라보듯
찬서리 맞고 서 있네
아랫목 항아리 속 달디달았던 맛
담요 속 온기와 웃음소리 그리며
붉은 가슴 뜨겁게
겨울 하늘 물들이네